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연설하는 것을 틸러슨 미 국무장관 등이 듣고 있다. 다낭/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연설에서 북한 김정은과 중국, 러시아를 더욱 강한 어조로 비난하는 강경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참모들의 집단적 만류로 메시지의 수위를 누그러뜨렸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래는 김정은과 그를 지지하는 중국, 러시아가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으려 했다”며 “대통령이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힘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동맹을 지지하며 역대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위협에 맞서겠다는 메시지를 동북아 지역에 발신하기 위해 힘을 투사하고자 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러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35분간의 한국 국회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더욱 직접적으로 비판할 작정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실제 연설에선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파괴' ‘꼬마 로켓맨' 등 이전 강경 발언에 비해 수위가 상당히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고위 관계자는 누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를 낮췄느냐는 질문에 “(참모들의) 집단적 노력이었다고 해두자”라고 말했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9일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 한·중·일 정부의 사전 요청 때문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발언 수위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시> 방송은 애초 백악관 보좌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연설에서 골프와 골프장 얘기를 하는 것을 빼도록 설득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긴밀한 한미관계의 사례로 자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올해 열린 여자 US 오픈에서 한국의 박성현 선수가 우승했고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것 등 골프 관련 얘기를 길게 언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