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주지사 후보 모금행사에 참석했다가 16일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초 첫 한·중·일 순방 과정에서 ‘최대의 대북 압박’을 위한 공조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자국 내 지지층을 달래기 위해 통상 분야에서 최대한의 실리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핵·북한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 발표문을 통해 한국 국회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는 데 동참하도록 국제사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방문 과정에선 아베 신조 총리와 함께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미·일 양국이 밝혔다. 노가미 고타로 일본 관방부장관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납치 문제는 일본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최중요 과제를 일·미 정상이 다룬다는 점은 극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끌어내려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과정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무역·통상 압력을 방어하기 위해 대북 압박에는 최대한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중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중국이 18일 개막하는 당대회 이후 국내 정치가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북-미 간 협상을 위한 중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전반적인 구도와 흐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한테 대북 압박 이외에 향후 협상 가능성도 열어놓는 발언을 끄집어 내는 것은, 한-미 공조를 최우선시해 온 한국 정부 입장에선 도전하기 쉽지 않은 작업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한 평화적 방식의 북핵 해법을 추구한다는 발언 정도라도 분명하게 밝힌다면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관리를 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부담을 다소 덜 수 있다.
무역 문제와 관련해선 한·중·일 3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의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순방을 거론하며 “거기서 중요한 경제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순방의 주요 목표가 북핵보다는 무역·통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는 데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미뤄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자동차·철강 등에서 대폭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방한 기간에 한-미 양국 통상장관 회담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도 농산물이나 액화천연가스 등의 수입을 대폭 늘려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통상법 제301조’를 발동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일본 <교도통신>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경제대화’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에게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쪽은 농축산 분야에서 미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받을 수 있어 그동안 미-일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부정적이었다.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북한의 위협을 지렛대 삼아 ‘무기 세일즈’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도쿄 베이징/이용인 조기원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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