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국 육군참모총장은 9일(현지시각) 대북 군사행동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 경고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끔찍하다”고 밝혔다. 밀리 총장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군사행동을 할 수도 있는 것처럼 엄포를 놓으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과 온도차가 있다.
밀리 총장은 이날 미 육군협회 주최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서 기자들에게 “좋고 쉬우며 위험 없는 (군사) 옵션은 없다. 그런 옵션은 지극히 어렵고 위험하다. 누구도 그 것(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하지만 밀리 총장은 행동할 준비가 돼있다며 대북 군사옵션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절차에 따라 선출된 미국의 대표자들이 할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을 지시할 경우 따를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또한 “로스앤젤레스나 뉴욕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마찬가지로 끔찍할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감안하면 “이(군사행동)에 대해 일정표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결정은 내려질 것이고, 이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북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일종의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해놓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이날 같은 행사의 기조연설 뒤 질의-응답을 통해 “지금은 북한을 현 경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외교가 주도하고 경제제재가 뒷받침하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여러분도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미래에 대비해) 미 육군은 한 가지를 할 수 있다. 필요할 때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군사옵션을 보장할 준비가 돼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사회자가 한반도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미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엔 T.R 페렌바크의 책 <이런 전쟁>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이 책은 페렌바크가 한국전쟁 참전 뒤 펴낸 실록으로, ‘준비되지 않은 전쟁은 패배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북한과 전쟁을 원한다는 점을 계속 시사하고 있다”며 “많은 의원들이 백악관 내부와 근처에서 더 심각하게 전쟁 얘기를 속삭이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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