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군 수뇌부와 회동 뒤 만찬을 갖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지나가듯 언급한 ‘폭풍 전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 발언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대북 군사행동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풀 기사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군 수뇌부들과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이슬람국가(IS) 등에 대한 안보관련 회의를 마친 뒤 부부 동반 만찬에 앞서 사진촬영 자세를 취했다. 그는 군복을 입고 그의 뒤에 ‘도열한’ 장성들을 가리키며 기자들에게 “이게 뭘 보여주는 것인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기자들이 “말해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폭풍 전의 고요”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폭풍’이 무슨 의미이냐, 이란이냐, ‘이슬람국가‘냐, 북한이냐”고 재차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 수뇌부들을 가리키켜 “우리에겐 세계 최고의 군인들이 있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는 기자들이 다시 폭풍의 의미를 묻자 “알게 될 것”이라고만 얘기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폴 셀바 합참차장 등 국방·안보관련 수뇌부들이 모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시작 전 머리 발언에선 군 수뇌부들에게 “특정 상황들을 논의하기를 매우 기대한다. 지금 논의해야 할 매우 중요한 영역들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첫 순서로 언급한 뒤 “우리 목표는 비핵화다. 독재자가 상상할 수 없는 인명손실을 가하겠다고 우리와 동맹국을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그것은 실행될 것이다. 나를 믿어라”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과 아프간, 테러리즘 등과 관련된 상황을 간단히 언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군 수뇌부에게 “나는 여러분이 필요할 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게 폭넓은 군사옵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며 “정부의 관료주의가 느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여러분들이 관료주의라는 장애물을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6일 백악관에서 제조업 선포식 행사장으로 가던 중 기자들이 ‘폭풍 전 고요’ 발언의 의미가 뭐냐고 묻자, 잠깐 멈춘 뒤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군사행동 말고 다른 걸 의미하느냐’라고 물었으나, 그는 “두고 보자”라고 한 뒤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회피할 때 “두고 보자”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외신들은 ‘폭풍 전 고요’ 발언이 북한과의 문제를 언급한 것일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를 위협해 온 이란 핵협정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6일 “측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군 수뇌부들을 배경으로 단지 연극적인 과장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6일 정례브리핑에서 ‘폭풍 전 고요’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북한과 같은 나라에 계속해서 최대의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동시에 대통령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일관돼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때 더 빠른 속도로 군사옵션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발언은 단지 일반적인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관련해 특별한 것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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