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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국무장관에 ‘로켓맨과 협상,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등록 2017-10-02 09:07수정 2017-10-02 09:37

‘북한과 대화 탐색중’ 틸러슨 발언 하룻만에
1일 연속 트위터 올려 참모 발언 공개 비판
고위관계자 “북과 협상할 시기 아니라는 뜻”
트럼프 행정부 엇박자·혼선 고스란히 드러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북한과 대화를 탐색하고 있다’고 밝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시간 낭비”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지 하룻만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엇박자와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속적으로 올린 두개의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리틀 로켓맨’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조롱하며 붙인 별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올린 트위터에서 “렉스, 에너지를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시간 뒤에 추가로 올린 트위터에서 “로켓맨한테 잘 대해주는 것이 25년간 효과가 없었다. 지금이라고 효과가 있겠느냐?”며 “(빌) 클린턴이 실패했고, (조지) 부시가 실패했고, (버락) 오바마도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은 북한과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대화를 시작할 시기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협상할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다만, 북한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는’ 모양새를 갖추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도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익명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따른 긴장고조 행위들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북한과 협상할 시기라고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무력시위와 경제적·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배경도 이와 관련이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기 전에 핵시설 사찰을 수용하고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북한이 먼저 큰 폭의 양보를 하지 않는 한, 공식적인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자칫 대화 쪽으로 정책 기류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린 의도와 무관하게, 그의 발언은 형식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참모가 한 발언을 깎아내리는 것은 이전 미국 행정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정책 혼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지 않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미국 내부에서나 관련 국가들이 무게 있게 보지 않을 공산이 매우 커졌다. 특히,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 과정에서 나온 발언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모양새가 됐다. 11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중간 사전 협의가 녹록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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