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3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복수의 대화 채널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대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30일 오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면담 뒤 미 대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살피는 중이다. 그러니 계속 주목하라”라며 “우리는 (북한에) ‘이야기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 우리는 평양에 여러 접촉선을 갖고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우리는 깜깜한(아무것도 알 수 없는) 정전 상태가 아니다. 우리는 평양으로 열려있는 둘, 셋의 채널을 갖고있다”며 “우리는 그들(북한)과 이야기할 수 있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미국 행정부가 북-미 채널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인정·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반관반민 형태인 '1.5트랙' 회의를 주최한 경험이 있는 공화당 쪽 연구기관에 북-미 접촉 주선을 부탁한 적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어떤 식으로 접촉에 응하고 있는지는 소개하지 않았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이 중개 구실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고개를 저으며 “직접적으로, 우리 만의 채널이 있다”고 말해 북-미 양자 간 직접 접촉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일련의 물밑 접촉과 비밀스러운 대화를 통한 협상이 핵 합의로 귀결됐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정책이 트럼프의 북한 정책으로 재탄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틸러슨 장관은 “우리는 이란처럼 조잡한 핵 합의를 북한과 꿰어맞추진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틸러슨 장관은 북-미, 특히 최고지도자들이 서로에 대한 위협을 주고받으며 형성된 긴장을 완화시켜야 한다며, “지금은 상황이 다소 과열됐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다면 많이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진정 요구’가 트럼프 대통령에도 적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진정하기를 바랄 거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트위터에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 작은 로켓맨(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을 되풀이할 뿐이라면, 그들(북한)은 그리 오래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며 북한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중국 수뇌부를 만나, 11월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현안들을 논의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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