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유엔총회 오찬에서 건배 제의를 한 뒤 포도주를 입에 대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 및 기업, 개인 등을 겨냥한 포괄적인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금융뿐 아니라, 운송 및 무역 분야까지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대북 경제 봉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이날 발표한 행정명령을 보면, 제제 대상에 오른 개인이나 단체를 대신해 중요한 거래를 고의적으로 수행하거나 도와주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 장관에 부여했다. 이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기업 및 개인과 거래하는 모든 제3국의 은행·기업·개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겠다는 뜻으로, 주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므누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는 개인과 기관뿐 아니라 ‘차단된 (북한의) 개인이나 단체’와 거래를 돕는 전세계 모든 금융기관의 모든 거래를 동결 또는 차단한다는 점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은 또한 물품 및 서비스, 기술과 관련해 북한과 중요한 수출 및 수입에 종사하는 개인 및 단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북한에 다녀온 모든 선박과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입항할 수 없도록 하는 조처도 포함됐다. 이는 북한과 무역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의 모두 발언에서 행정명령 서명 소식을 전하며 “외국 은행들은 분명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과 거래하든지, 북한의 불법정권의 무역을 돕든지 하라. 북한과의 무역을 도우면 그들은 (우리와) 교역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치스러운 관행에 대한 관용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북한과의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전에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된 북한과의 거래에 대해서는 일종의 ‘면죄부’를 주는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대형은행이나 기업에 대한 제재가 미국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매우 대담한 조처를 이행한 데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한다”며 “다소 예상치 못한 조처였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정명령 발표 직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북한과의 신규거래를 중단하도록 일선 은행에 통보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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