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평창겨울올림픽 마스코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0일(현지시각)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중 간 밀수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유엔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은 여러 차례 밝혔지만, 제재의 ‘구멍’으로 거론돼온 밀무역까지 단속 강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왕 부장은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중-북 간 밀수 단속 강화 등을 통해 관련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고 외교부가 21일 밝혔다. 왕 부장은 이어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중국은 그동안 북-중 간 밀수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았고 밀수 자체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왕 부장의 언급은) 비공식적 교역도 단속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도 “민생에 영향을 많이 미치고 공권력을 동원하기도 만만찮은 밀무역에 대한 언급은 ‘루프홀’(loophole·구멍)이라고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아온 부분까지 막아 유엔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밀수 단속”으로 한·미의 비판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면서,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것은 한국에 대한 압박 성격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대북 강경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는 한국 정부에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새 북한 고객과 거래를 트지 말고 기존 대출도 축소하라는 지침을 시중은행들에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인민은행이 “북한 관련 사업은 국가 차원의 정치적, 안보적 문제가 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8일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공문에는 “우리 은행은 유엔 제재를 이행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북한과 관련된 어떤 거래도 거부한다”는 설명을 북한인들에게 하라는 지침도 담겼다고 한다. 앞서 중국 은행들이 북한 쪽과 신규 거래를 꺼린다는 보도가 이어져왔다.
한편 ‘북한 완전 파괴’ 등 원색적 발언을 쏟아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대한 미국 안팎의 비판에 참모들은 20일에도 수습에 골몰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시비에스>(CBS) 방송에 나와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대화와 제재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며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김정은이 (긴장 고조를) 멈추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동맹국들과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 옵션들을 준비해둬야 하는 우울한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외교적 노력이 (북핵 해법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위해 이날 미국에 온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개 짖는 소리”라고 비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김지은 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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