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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유엔서 대북 호전적 발언…북핵 문제 풀기 더 꼬인다

등록 2017-09-20 15:10수정 2017-09-20 22:14

첫 유엔 총회 연설서 ‘불량국가’, ‘범죄자 집단’ 등 원색 비난
부시 ‘악의 축’처럼 종교적 선·악 구분…41분 중 북한 문제 5분
전문가들 “트럼프 위협 자위권 얘기…새로운 것 아니다”
“ICBM 갖겠다는 김정은의 결의 강화시킬 것”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취임 뒤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불량국가’, ‘범죄자 집단’, ‘완전 파괴’, ‘타락한 정권’ 등의 용어로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대통령이 ‘평화의 전당’인 유엔 무대에서 특정 국가에 대해 이처럼 거친 비난을 퍼부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41분 동안 연설하면서 5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유엔의 모든 원칙들을 위반하는 몇몇 불량 정권들이 지구상의 골칫거리가 됐다. 올바른 다수가 사악한 소수에 맞서지 않으면 악이 승리할 것”이라며 북한을 지목했다.

이어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범죄자 집단(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무장을 지켜보는 데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모든 국가가 협력해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북한과 무역은 불법행위”라며 경제 관계 단절을 촉구했다.

그는 “‘로켓 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으며, 북한을 ‘타락한 정권’으로 묘사한 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북한 억류 및 사망 사건, 김정남 피살 사건 등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가 (국제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미래임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말하긴 했지만, 무게감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호전적 발언을 쏟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화염과 분노’, ‘대북 해법 장전’ 등 트위터 글이나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즉흥적 발언을 적지않게 쏟아냈다.

하지만 이번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조율을 거친 데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지켜보는 최고의 외교 무대에서 행해진 것이어서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했던 ‘악의 축’ 발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종교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수사적으로도 강도가 센 편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는 북한 2500만 주민의 생명까지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절멸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한겨레>에 “모든 국가는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과격한 대북 연설 배경으로는 북핵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풀이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는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치적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과장된 수사들이 문제를 풀기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누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는 근육을 푸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대북 정책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행동을 바꾸지도, 중국이나 러시아,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강화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 미국소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을 떨게 만들어 핵을 포기하도록 하지 못할 것”이라며 “거꾸로, 미국을 억지할 수 있는 핵무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겠다는 김정은의 결의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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