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안보리 대북제재안 통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각국 대사들이 11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6자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석탄·철광석 등 기존제재 더하면
북한 수출의 90% 차단하는 효과
북, 자금·기술 상당 축적 시간 벌어
국제사회 ‘제재 만능론’ 한계 지적
중·러 요구 ‘평화적 해결 노력’ 추가
미 대사 “북, 아직 선 넘진 않았다” 북한의 섬유 및 의류 제품 수출을 금지한 조항도 이번 제재 결의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섬유 제품은 석탄 등 광물자원에 이어 지난해 북한 수출의 26.67%를 차지했던 2위 수출 품목이다. 북한 노동자 해외 고용은 안보리의 사전 승인을 받은 인도주의 지원이나 비핵화 등과 관련된 채용을 제외하면 신규 허가를 금지하는 식으로 자연 감소를 유도했다. 결의 2375호는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수출에 따른 북한의 자금 수입을 거의 모두 차단할 정도로 상당히 강력한 편이다. 유엔 고위 소식통은 “최근 유엔 결의들을 누적하면 석탄과 철광석, 수산물, 섬유·의류에 이르기까지 북한 수출의 90%가 차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이 제재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수단을 단계적으로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북한 경제를 상당히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시장화가 상당히 진전돼 있어, 가격변동성이 커지고 밀수나 제재 회피를 위한 거래비용 증가를 수반할 수 있다. 북한에 주는 심리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류 제품에 대해 처음으로 대북 수출 총량제한제를 도입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에 대해서도 총량제한제에서 시작해 결국 수출 금지까지 이어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원유나 정제유 공급·수출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북한한테는 압박감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제재 이행 효과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능력 사이 속도의 간극이다. 미국 당국자들도 공개적으로 인정하듯이, 유엔 회원국들이 정상적으로 제재를 이행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북한이 제재에 대비해 상당한 양의 비축유 등을 준비해놨을 가능성도 높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쌓아놓은 자본과 제재 회피 기술로 최소한 몇년은 큰 충격없이 버틸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북한 경제와 밀접히 연관된 중국과 러시아의 이행 의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이미 축적해놓은 자금과 기술, 부품 등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 능력을 향상시킬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 제재 자체가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통한 기술 향상을 멈추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국제사회가 결코 유리하지 않고,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제재 만능론’에 빠지면서 북한이 추가 긴장고조 행위를 할 경우 취할 수 있는 제재 수단도 갈수록 소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역설적으로 국제사회의 선택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정책담당관(전 미 국무부 제재담당 부조정관은)은 <한겨레>에 “광범위한 전략이 없는 속에서 취하는 제재는 실질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때 적절한 제재 사용 능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재 이후 한반도 정세 관리는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현재로선 당분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유엔 안보리가 새 대북 결의를 채택하면 북한이 맞대응을 해왔다는 점과 최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도 이를 예고했다”며 “북한은 조만간 무력시위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추가 긴장고조 행위를 할 경우 미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북한이 도발하면 미국은 더욱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항모 레이건호를 동원한 대규모 무력시위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칫 ‘강 대 강’ 대결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수 있다.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가 ‘통제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지면 고비를 넘긴 뒤 협상 동력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번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한 전망을 증진하기 위해 긴장을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촉구한다”는 조항을 새로 추가하고 “평화적 방식으로”의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으로 꼽히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결의 채택 뒤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는 않았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노지원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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