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뒤인 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려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마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 원유 수출 금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의 해외 자산 동결이 포함됐다고 외신들이 6일(현지시각) 일제히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상 전략 차원에서 ‘최대치’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제재 결의 초안에는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대북 제재안이 망라돼 있다. 우선 원유뿐 아니라, 응축유와 정제 석유제품, 액화천연가스(LNG) 등 모든 석유 관련 제품의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제재 대상으로 올라왔다. 초안은 이들의 해외여행을 금지하고 해외 자산을 동결하도록 했다.
지난해 북한 전체 수출액의 25%(약 7억2천만달러)를 차지한 의류도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중국은 북한 의류 제품의 80%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에 대한 고용 및 임금 지급 금지 조항도 담겼다. 지난달 5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1호에서 북한 노동자 채용 확대만 금지한 데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밖에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선박을 회원국이 공해상에서 차단·검색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며, 고려항공도 제재 대상으로 삼고있다.
안보리 결의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따라서 초안 자체가 결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미국 정부는 7월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도 대북 원유 수출 금지를 초안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제재 명단에 ‘김정은’ 실명 명시도 추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전화통화 뒤 기자들에게 “시 주석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뭔가 하고 싶어한다. 그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과 내가 100% 일치한다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도 북한에 일어나고 있는 일(핵실험)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분명한 것은 그건 우리의 첫번째 선택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될지 보자”라고 덧붙였다. 전반적 발언 기조에 비춰볼 때,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과 관련해 큰 틀에서 미-중 간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조선(북한)이 최근 다시 핵실험으로 안보리 결의를 엄중하게 위반했으며, 국제 비확산 체계를 파괴했다. 중국은 이에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한)반도 형세에 나타난 새로운 변화를 고려하면, 중국은 유엔 안보리가 한발 나아간 반응을 보이고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데 찬성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도 “제재와 압박은 문제를 해결하는 반쪽짜리 열쇠이며, 다른 반쪽의 열쇠는 대화와 담판이다. 두 가지를 합쳐서 하나로 만들어야만 한반도 핵문제의 자물쇠를 진정으로 열 수 있다”며 대화 노력을 촉구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행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행정명령이 준비돼 있다. 이 명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어느 누구와도 (미국이) 무역을 중단하고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다만 “대통령은 유엔에 행동할 시간을 주고 나서 적절한 시점에 행정명령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독자 제재가 안보리에서 중국의 협조 여부와 연동돼 있음을 내비쳤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