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대사인 바실리 네벤쟈(러시아·왼쪽부터), 류제이(중국), 니킬 헤일리(미국)가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4일(현지시각)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오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상당히 격앙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대북 원유 공급 상한선 설정’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번 주 결의안 초안을 회람해 오는 11일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 안에 협상이 끝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처럼 새 제재 결의안 목표 시한을 바투 잡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안보리 대북 결의 2321호를 채택하기까지는 82일이 걸렸다. 지난 7월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한 이후 결의 2371호를 채택하기까지는 30일이 걸렸다.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사안의 긴급성과 중대성을 감안해 결의 채택을 크게 앞당기겠다는 뜻이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점진적 접근을 취해왔다”며 “선의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점진적 접근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에서 어중간한 조처를 취할 시기는 끝났다”며 “너무 늦기 전에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강력한 제재만이 외교적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안보리에서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조처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경제와 에너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과 관련한 조항을 새 결의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헤일리 대사는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에 대해 무모하고 위험한 핵무기를 추진하는 북한에 도움을 주는 국가가 아닌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결의 채택뿐 아니라 이후 이행 과정에서도 꼼꼼히 따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김정은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며 “전쟁은 결코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인내는 무제한적이지 않다. 우리는 동맹과 우리의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보리 새 결의안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중국의 원유 공급 상한선 설정과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5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험악하다”며 “전면 중단은 힘들겠지만 공급에 상한선을 두는 방식은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조정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유엔 안보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행동을 할지는 안보리 성원들의 토론 결과에 달렸다”고 말했다. 안보리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가능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미국도 중국에 원유 공급 전면 중단이 아닌 ‘상한선 설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일리 대사가 새 결의안의 표결을 상당히 빠른 오는 11일로 잡은 것도 중국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약 100만t의 원유를 도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수단이 사실상 석유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쉽게 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마지막 카드를 소진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연간 약 30만~40만t의 원유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도 원유 제한 방식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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