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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핵 꼬이자 한국 때리는 트럼프…미국에서도 비판

등록 2017-09-04 20:55수정 2017-09-05 02:15

핵실험 뒤 한국 대화기조 비난
문 대통령과 이틀 만에 대화
핵실험 전후 아베 통화와 대조
‘코리아 패싱’ 논란까지 불러

한-미 FTA 폐기 발언까지 겹쳐
미 언론·정치권 ‘동맹균열’ 질타
“안보·경제 문제 연계 혼선 자초”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 워싱턴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워싱턴/UPI 연합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 워싱턴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워싱턴/UPI 연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밤 통화를 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한국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현재 500㎏)을 해제하기로 합의하고,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임시 배치도 신속하게 완료하기로 하며 신속한 공조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기와 관련해 한국에 화살을 돌리는 행태를 보여, 국내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반도 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한국은 내가 그들에게 얘기해온 것처럼 북한에 대한 유화적 대화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한가지만 안다”고 썼다. 트럼프는 전날엔 개정 협상에 들어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4일 밤 10시45분이 돼서야 이뤄졌다.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두 차례 통화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부터 어젯밤 답신을 받았다”며 “한-미 간에 이견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행태가 당혹스럽다는 보도를 내놨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 핵실험 뒤 트럼프가 왜 한국에 가장 날카로운 비난을 했나?’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이 핵 근육을 과시하는데, 미국은 한국과의 싸움을 선택했다’는 제목의 기사들을 내보냈다.

고조되는 북핵 위기로 한·미 양국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에 트럼프가 한국을 질타하고 압박하는 데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가 안보와 경제 문제를 뒤섞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에게 이 위기는 자신의 경제적 포퓰리즘 선거운동의 기반인 통상 문제가 대통령으로서 추구하는 안보 문제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안보 문제에서는 협력하면서도 통상 문제는 압박할 수 있었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트럼프는 그 두 문제를 명백하게 연계시켜 스스로를 구석으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애덤 시프 간사(민주)는 “우리는 한국과 손을 잡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의 분열을 보여주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3일 북한 핵실험 직후 5차례 관련 트위트를 올리며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겨냥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와의 모든 무역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기본적 접근법은 무역 문제로 중국을 압박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게 만드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취임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압박해주는 대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거래를 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국내에서는 지지층인 중서부 내륙의 보수적 백인 중하류층을 달래줄 경제적 이벤트가 절실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위기가 고조되자, 트럼프는 다시 대중국 경제제재를 위협하면서 그 전 단계로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끼워넣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적 오류를 한국에 전가하며 비판을 피하려는 국내용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 정책을 대변하는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우리 외교당국자들이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미국의 혼란된 메시지를 거르며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이정애 노지원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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