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왼쪽)이 3일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과 함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대응, 중국 기업 독자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 등 세 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존 해법의 재활용이고, 각각의 해법에 ‘강력한’ 내용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 군사적 대응과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각) 오후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본토나 괌을 포함한 미국 영토,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은 유엔 안보리의 일치된 목소리를 유념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전멸시킬 수 있는) 많은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또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많은 군사적 선택지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서 각각의 군사 선택지에 대해 보고받기를 원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들이 국가안보회의에서 군사적 동원 수단들에 대해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미국에서 4일까지 휴일이 이어짐에도 국가안보회의가 긴급히 개최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보회의 뒤에 나온 정제된 성명이라 무게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의 성명을 꼼꼼히 뜯어보면 군사적 대응은 선제적 타격이나 예방적 공격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먼저 위협하는 경우’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든 적성국가의 공격을 받았을 때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원론적인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서 군사적 선택지를 보고받기를 원했다는 점을 성명에서 일부러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일종의 엄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미국이 북한을 전멸시킬 능력을 보유한 것과 실제 의도 및 실행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도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은 국가안보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매티스 장관의 성명에서 협상이나 대화가 언급되지 않은 점, 매티스 장관과 함께 군 인사인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성명 낭독 기자회견에 참석한 점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당분간 강경 기류로 흐를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임은 분명해 보인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연휴를 맞아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텍사스 고향을 방문하느라 긴급 소집된 국가안보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전화를 통해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워싱턴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핵실험을 실시한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고 보자”라고 밝힌 것을 두고도 미국 언론들은 선제적 군사 대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하게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예민한 질문에 대해선 줄곧 “두고 보자”라는 식으로 피해나갔던 점에 비춰보면 큰 무게를 두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두번째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독자 제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다른 옵션에 더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중국과의 모든 무역을 끊겠다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하라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불법적으로’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해 독자 제재의 폭과 속도를 높일 가능성은 상당히 높지만, 북한과 관련 없는 중국 기업에도 제재를 가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고,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는 세번째 선택지인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추진에 일차적으로 외교 역량을 집중하기로 국가안보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새 결의안에서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에 상한선을 두는 문제를 두고 미-중 간 상당한 샅바 싸움이 예상된다. 안보리는 4일 오전 10시(현지시각·한국시각 4일 밤 11시)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6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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