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미국에 대한 한국의 경고라고 미국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이런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한 대외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는 “한국 지도자가 미국의 북한 타격에 반대하는 경고를 보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에게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힐책을 보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한반도에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핵무기 프로그램을 놓고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군사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의 반발은 외교정책에 대한 트럼프의 비정통적인 접근이 오랜 동맹관계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또 “트럼프의 변덕스런 언어가 분단된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작전 성공에 사활적인 도움을 주는 동맹과의 사이에 분열의 씨를 뿌린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서울이 일방적 행동에 반대하는 경고를 미국에 보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방적 군사행동이 한-미 동맹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어떠한 군사행동에도 서울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이는 “한국이 시작하지 않은 재앙적 전쟁의 원점이 되는 것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신문은 “미국이 군사 타격을 시작하기 전에, 특히 미국의 안보가 걸려있다고 믿는 경우에 서울의 승인을 법적으로 구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도 “최소한 서울의 동의 없이 북한에 대해 선제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한-미 동맹에 균열을 주는 위기를 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미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항상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쪽이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일정한 협의를 거쳤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엔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다. 다른 동맹국들과 우호적 국가들에게 했듯이 한국에 대한 보호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타격할 때 한국의 허가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냐’는 후속 질문엔 “어떤 것들은 외교적 대화이고, 어떤 것들은 국방부와 관련된 것”이라며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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