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둘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맨 오른쪽)과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미국은 “싸울 준비가 됐다”며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화염과 분노” 발언을 북한이 괌에 대한 공격 주장으로 맞받은 데 이어 북-미 간 ‘말의 전쟁’이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협상’을 거론해 강온 양면 전략을 쓰는 인상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7시30분(현지시각)께 트위터에 “북한이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지금 군사 해법(solutions)이 완전히 준비돼 있으며, 싸울 준비가 돼 있다(locked and loaded). 김정은이 다른 길을 찾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8일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것에 버금갈 만큼 강한 경고다.
이번 트위트는 전날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자신의 ‘화염과 분노’ 발언이 “충분이 세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한 이후 나온 후속 발언이다. ‘화염과 분노’ 발언 뒤 북한이 괌 주변 수역에 미사일 네 발을 쏘는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에 응수한 꼴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화염과 분노보다 강경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말폭탄’이 꼬리를 물면서 북핵·미사일을 둘러싼 대립은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성명에 대해 “김정은이 괌에 무슨 일을 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이 북한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정신 차리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고통을 겪었던 일부 국가처럼 북한도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위협적 언사에 북한도 거친 말로 반응할 개연성이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부적절하고 위기를 증폭시킨다는 지적을 받지만,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등의 단서를 달아 그만의 거친 방식으로 북의 태도를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면에서 10일 트럼프 골프클럽에서 ‘협상’을 거론한 것도 주목을 끈다. 이 자리에서 ‘여건이 달라지면 북한과의 협상을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항상 협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는 심지어 협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때가 됐다. 누군가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협상할 때가 됐다는 발언이 당장 마주앉아 공개적 회담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여건이 달라지면’에 대한 답변이므로 ‘올바른 여건이 갖춰져야 협상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북-미 간에 조성된 ‘강 대 강’ 구도의 출구를 모색하려는 성격이 있고,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참모들이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의 노력은 외교가 주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한-미 간 접촉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통화에서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오전 8시부터 40분간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로 인한 한반도 및 주변의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나갈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단계별 조치’에 대해서는 “안보 관련 현안이라 (공식 브리핑 외에) 덧붙이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엊그제 보내주며 인도적 조처를 말했기 때문에 북한도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창구를 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감을 가지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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