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왼쪽),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둘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맨 오른쪽)과 뉴저지주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북한과의 적극적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을 내놨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아이시비엠) 시험 발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긴장지수가 치솟던 한반도 정세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연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건이 달라지면 북한과의 협상을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우리는 항상 협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빌 클린턴을 봐라. 그는 협상을 접었다. 그는 약했고 효과가 없었다. 조지 부시 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라”며 이전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라. 오바마는 심지어 협상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때가 됐다. 누군가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협상할 때가 됐다는 발언이 당장 마주앉아 공개적 회담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여건이 달라지면’에 대한 답변이므로 ‘올바른 여건이 갖춰져야 협상할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방침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북-미 간에 조성된 ‘강 대 강’ 구도의 출구를 모색하려는 성격이 있고,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참모들이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다양한 비공식 물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의 노력은 외교가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발언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괌 포위 사격 성명’에 대한 강한 경고도 이어갔다. ‘긴장 완화를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에 대해 “그 정도는 강경한 게 아니다”라며 “북한이 오랫동안 우리한테 한 것을 보라”고 말했다. 이는 비판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는 그의 전형적 대응 방식이다.
‘선제타격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엔 “우리는 그런 것에 대해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다”며 분명한 언급을 꺼렸다. ‘화염과 분노보다 더 강경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예민한 사안은 모호성 전략으로 피해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이다. 다만 ‘괌 포위 사격’ 성명에 대해선 “김정은이 괌에 무슨 일을 하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일이 북한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정신 차리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고통을 겪었던 일부 국가처럼 북한도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 문제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압박을 계속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한-미 간 접촉도 이어지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통화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 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오전 8시부터 40분간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로 인한 한반도 및 주변의 안보 상황과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나갈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단계별 조치’에 대해서는 “안보 관련 현안이라 (공식 브리핑 외에) 덧붙이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엊그제 보내주며 인도적 조처를 말했기 때문에 북한도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창구를 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감을 가지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보협 기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