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17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가 우리 정부의 17일 대북 군사당국회담 및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회담 제안에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각) 우리 정부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문의해 달라”고 짧게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적극적인 지지나 환영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합의한 한·미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고 명시했다. 또한 공동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국무부는 한국 정부의 제안이 큰 틀의 범주에서 이런 합의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백악관은 국무부보다 좀 더 불만 섞인 논평을 내놓았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봐달라”고 한 뒤 “그렇긴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위해) 충족시켜야 할 조건들이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고 과거에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런 반응은 적십자회담보다는 군사당국회담에 대한 경계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대북 무력시위 등 군사적 압박도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는 중요 수단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있는데 남북 간 긴장 완화 분위기로 자칫 이런 수단의 효용성이 상실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편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우리 정부의 제안과 관련해 이날 기자들에게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고 주장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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