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거래”라고 비난하며 “재협상을 막 시작했다”고 밝혔다. 거친 용어들로 볼 때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 한국 쪽을 상당히 거세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프랑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우리는 어제(현지시각 11일)부로 한국과 재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는 애초 ‘비보도’를 전제로 진행됐지만, 이례적으로 백악관은 하루 뒤인 13일 전문을 공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공개함으로써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관계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우선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정부에 ‘개정 및 수정 협상’을 위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통보한 시점이 12일인데도 그는 11일이라고 밝혔다. 또 엄밀히 얘기하면 특별회기 개최 통보 자체만으로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 관계를 다르게 설명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역대표부가 공식적으로 ‘개정 및 수정’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재협상’이란 표현을 또 동원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티브이쇼에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던 습관이 몸에 배 있다. ‘재협상’이란 용어는 기존 협상 전체를 뒤엎겠다는 뉘앙스가 담겨있어, 자유무역협정에 반감을 가져온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파고드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는 그동안의 흐름을 보면, 참모들이 대통령 발언에 이의를 달지 못하고 최대한 관철하려 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무역대표부가 ‘재협상’에 준하는 개정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에서 한 해에 400억달러를 잃고 있다”고 밝혀, 안보와 무역을 연계시킬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및 일본과도 안보를 지렛대 삼아 무역에서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조차도 “개정을 넘어선 (재협상) 생각은 협상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가능성이 있고 동맹 간 긴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도 각을 세웠다. 그는 “우리는 나쁜 무역 거래로 완전히 황폐해졌다. 중국과 가장 나쁜 거래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철강(덤핑 수출)이 큰 문제다. 그걸 멈추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이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13일 미국에서 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핵심 이익, 양국 관계의 중요한 토대와 관련된 이슈와 관련해 골치 아픈 사안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추 대사가 미-중 관계 파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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