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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위안부는 인권 문제… 미 의회와 시민들 목소리 내게 해야”

등록 2017-07-12 18:40수정 2017-07-12 21:06

[짬]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 여는 김동석 상임이사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위안부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외교 문제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이는 보편적 가치인 여성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오는 24~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주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 관련 업무차 한국을 방문한 김동석 시민참여센터(KACE·Korean American Civic Empowerment) 상임이사는 10주년을 맞는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언급하다 이렇게 말했다. 미 하원은 2007년 7월30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일본 교과서에 기록할 것을 요청하는 ‘위안부 결의안 12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 일본계 미국인인 마이클 혼다 의원이 제기했으나, 결의안 통과까지 김 상임이사 등 재미 한인사회가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당시 ‘한국과 일본의 외교 문제 아니냐’며 가급적 관여하지 않으려는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아니다. 이는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와 다를 게 없다. 외교 문제가 아니라 노예제, 아르메니안 학살 등과 같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라며 집요하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위안부 문제를 한-일 외교 문제로 다루는 순간, 미국은 어느 쪽 편도 들려 하지 않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독도나 동해 병기 문제 등과도 결부시켜선 안 됩니다. 그러는 순간, 위안부 문제까지 한-일 분쟁 이슈로 한꺼번에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죠.” 지난 1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김 상임이사가 특히 강조한 대목이다.

올해 4회째 24~26일 워싱턴서
루비오 의원 등 거물급 여럿 참석

92년 LA폭동 이후 동포권익운동
미국내 ‘위안부 결의안’ 확산 주역
“문 정부, 미 의회 ‘친한’ 견인 위해
한인 단체 연계 ‘공공외교’ 힘써야”

그는 결의안 통과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를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각 지역 시의회 발의를 통해 위안부 기림비를 2010년 뉴저지주를 시작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또 미국 연방 의회뿐 아니라, 각 주의회에서도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애써 현재 일리노이,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등에서 결의안이 통과됐다. 아울러 2015년에는 당시 결의안에 참가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121 (위안부) 결의안 모임’을 결성해, 이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미 의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 의원들이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고 그는 밝혔다. 합의에 반발한 한국 시민단체들이 미국에 소녀상 건립 운동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인들이 방문하고, 일본이 정부 차원의 방해공작을 펴는 등 점점 외교분쟁화 하면서, 미 의원들이 점점 발을 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미국 시민들과 미국 의회가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한국은 오히려 뒤로 물러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한국 정부가 미국내 한인단체들과 연계하는 등 ‘공공 외교’에 좀더 힘써줄 것을 희망했다. 여기서의 ‘공공 외교’란, 미주 한인들이 각 지역구 의원들을 움직여, 그들이 의회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정책과 입장을 펴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 인도, 중국계에서는 이런 활동이 미국 안에서 매우 활발하다.

그는 “미국내 한인 인구가 200만명 이상인데, 이들의 (미국내) 정치참여가 활발해져야 미국도 한국을 더욱 존중하고, 한-미 관계도 결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14년부터 매년 7월 워싱턴에서 20여개주 1천여명의 미주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주 한인 풀뿌리운동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올해 행사에는 밥 메넨데스(민주·뉴저지),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 등의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또 참석자들은 콘퍼런스 기간 동안 30개 그룹으로 나뉘어 상·하원 의원 60여명의 사무실을 찾아가 한인 권익 신장을 위한 활동을 펴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의회 방문에 도움을 주며 준비한 그는 “상·하원 지도부가 빠짐없이 참석해 2시간 동안 문 대통령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20여명의 의원이 돌아가며 무작위로 곤란한 질문을 쏟아냈는데, 문 대통령이 막힘없이 차분하게 잘 대응해 의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참석한 의원들이 분위기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정치인들이 미국에 오면, 미국의 생각을 알아보려고만 했다. 그러나 미국도 한국에 아쉬운 게 많고, 궁금한 것도 많다. 미국의 생각을 알아보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는 이렇게 하려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미 의회에서 그 역할을 어느 정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1985년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계기로, 재미동포 권익운동을 벌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1987~88년 <한겨레신문> 창간 당시에는 송건호 한겨레신문 초대 사장을 모시고 미 전역을 다니며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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