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앞줄 가운데)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대응해 수주일 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지난주 유엔 외교관들에게 이같은 시간표를 제시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안보리 대북 결의 2321호를 채택하기까지 82일이 걸린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의 주도로 작성해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비공개 회람된 결의안 초안에는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및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 초강경 제재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고립시키고 모든 무역 및 상업적 관계를 차단할 것을 모든 국가에 촉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시간표대로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 정부가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면적인 원유 공급 차단에 쉽사리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이와 관련해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로이터> 통신에 “대북 제재 결의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최선의 접근법이 무엇인지 안보리에서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국의 질주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지난 5일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며 안보리 언론성명 채택에 반대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불사하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있다. 이럴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적인 평판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 두 나라가 동시에 반발하는 모습은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초래하고 무역·시리아 등 다른 현안에서도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해 중국 기업 및 은행에 대한 독자 제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독자 제재를 하더라도 자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거의 없는 중국의 소규모 은행들을 겨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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