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오토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북한을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장례식이 오는 22일 오전 9시(현지시각)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웜비어의 사망 뒤 애도 물결 속에서 미국 내 대북 여론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피>(AP) 통신은 웜비어가 2013년 졸업한 모교인 오하이오주 와이오밍 고등학교에서 그의 장례가 공개 장례식으로 치러진다고 20일 전했다. 장례식은 미 언론들이 상당한 비중을 두고 보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이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이를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 웜비어의 사망에 대한 애도와 북한 정권에 대한 분노가 더 확산될 수도 있다.
북한 여행 금지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여행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도 성명을 통해 “북한 여행 선전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유혹한다”며 “미국은 북한 관광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오토 (웜비어)에게 일어난 일은 완전히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이런 일은 절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은 북한 체제의 야만성을 다시 한번 비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솔직히 웜비어를 집에 더 일찍 데려왔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웜비어의 뒤늦은 송환과 사망 책임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정치 쟁점화하는 모양새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웜비어의 사망으로 인한 대북 여론 악화가 자신에게 정치적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퍼나르며 동조하고 있다. 웜비어는 오바마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 1월 북한에 억류됐다.
이에 대응해 오바마 행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지낸 네드 프라이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줄기찬 노력으로 오바마 행정부 동안 북한에 구금돼 있던 최소 10명의 미국인이 석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프라이스 전 대변인은 “웜비어가 그들 가운데 있지 못한 것은 가슴 아프다”면서도 “그러나 그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중단된 적이 없었고, 임기 말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들은 미국 사회에서 웜비어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현상을 ‘백인 특권주의’로 묘사했던 일부 진보적 인터넷 매체의 과거 기사를 비난하는 등 ‘인종 갈등’ 양상마저 드러내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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