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부산아펙] 중국 겨냥 주도권 과시 미 정치상황 어려움 의식 첨예한 대립은 피할듯
“국내 정치적 어려움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엔 또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조지 부시 대통령의 8일간의 아시아 순방을 전망하면서 이렇게 표현했다. 부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워싱턴을 출발해 일본·한국·중국·몽골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한국에선 17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외교는 국내 정치와 떼놓을 수 없다. 아시아 순방은 올해 초의 유럽 순방과 종종 비교된다. 재선 직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던 부시는 유럽 순방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란 정책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러시아가 주요 목표였다.
이번에도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목표는 중국이다. 부시는 중국 방문 기간 중 교회 예배를 봄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강조할 생각이다. 그러나 그 강도는 유럽 순방 때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국내 지지율이 최악의 상황인 탓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 나라들과 첨예하게 대립하기보다는 무난하게 순방을 마치는 데 좀더 신경을 쓰고 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순방에서) 특별한 합의나 결과물이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해들리 보좌관은 “논의는 되겠지만 초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문제는 가급적 피해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들리 보좌관은 동아시아 순방의 목표로 “미국 이해에 직결되는 지역인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약속 확인과, 미국이 아시아 경제와 안보 문제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겠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튼튼히 다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행동은 때늦은 감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아시아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일본 교토에서 금각사를 방문하고, 한국 경주에선 불국사를 찾는 건 이런 맥락이다. 부시 대통령이 외국 방문 때 문화유적지를 찾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적 현안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대신, 경제 문제에선 훨씬 강한 압력을 동아시아 나라들에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에 경제통상 압력을 가하는 건 미국 내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일본엔 쇠고기 수입 재개를, 중국엔 무역역조 시정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요구를 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한국 역시 쇠고기 수입 재개와 스크린쿼터 축소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공식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라는 요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아시아 순방은 이달 초의 남미 순방과 비슷한 점이 있다. 아르헨티나 미주정상회담장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경험했듯이, 이번엔 부산에서 반미 시위대와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구체적으로 일본엔 쇠고기 수입 재개를, 중국엔 무역역조 시정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요구를 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한국 역시 쇠고기 수입 재개와 스크린쿼터 축소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공식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라는 요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아시아 순방은 이달 초의 남미 순방과 비슷한 점이 있다. 아르헨티나 미주정상회담장에서 세계화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경험했듯이, 이번엔 부산에서 반미 시위대와 마주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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