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신시내티의 런킨공항에서, 의료진이 북한으로부터 송환된 오토 웜비어를 호송한 비행기 옆에서 대기하고 있다. 신시내티/AP 연합뉴스
북한에 17개월가량 억류 중이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의 석방을 위해 미국과 북한 당국이 지난달부터 막후에서 비밀리에 움직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미 당국간 접촉은 지난달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한 반관반민 형태의 1.5트랙 대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북한 쪽에선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만 참석이 확인됐으며, 미국 쪽에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카 재단’의 수잔 디매지오 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등 민간 전문가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1.5트랙에 참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쪽에서도 유엔 북한대표부의 박성일 미국 담당 대사가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북-미 간 ‘탐색적 당국 대화’가 오슬로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윤 대표와 북쪽 인사들이 오슬로에서 윔비어 등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4명에 대한 스웨덴 정부의 영사방문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스웨덴 영사관은 한명만 접견할 수 있었으며, 접견 인물도 웜비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4명 모두에 대한 접견을 요구하자, 박성일 대사의 긴급 요청으로 지난 6일 뉴욕에서 조셉 윤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 쪽은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이런 상황을 보고했으며, 틸러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윤 대표에게 웜비어 석방을 위해 방북을 준비할 것과 웜비어 접견을 요구할 것,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윤 대표는 2명의 의료진과 함께 12일 아침 평양에 도착했으며, 다음날 웜비어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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