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의 의회 증언 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자신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등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의회 증언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트럼프 진영은 코미를 ‘정보 유출자’,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이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코미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충성 맹세를 요구했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그렇게 말했어도 잘못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신이 한 말을 선서한 상태에서 (진실만을) 얘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100%다. 내가 지금 한 말을 그(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그대로 말한다면 나도 좋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면 부인에 대해 <시엔엔>(CNN)은 “(코미와의 만남과 관련해) 유죄 혐의가 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계산을 한 뒤 (코미와) 양립할 수 없는 견해를 내놓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의 경우 ‘파란색 드레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 ‘백악관 녹음테이프’ 같은 결정적 증거가 있었다. 이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처럼 얘기했으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한데다 자신한테 불리하다면 스스로 내놓을 리가 없다.
이와 함께 트럼프 진영은 ‘폭탄 증언’의 파급을 차단하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아침에는 하루 만에 침묵을 깨고 트위터를 통해 코미를 ‘정보 유출자’로 규정했다. 그의 변호인인 마크 캐서위츠는 법무부 감찰관실과 상원 법사위원회에 코미의 정보 유출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시엔엔>이 보도했다. 코미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해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게이트에 대응하려고 만든 것으로 알려진 비선 조직의 코리 루언다우스키 전 선거대책본부장은 10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코미를 “책을 팔려고 나선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코미가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1천만달러(112억5천만원) 상당의 출판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이렇게 비난했다. 코미를 ‘워싱턴 기득권층’으로 규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혁파하려는 ‘아웃사이더’로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진실 공방에 관해 코미를 훨씬 신뢰하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허핑턴 포스트>와 함께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누가 더 정직하냐는 질문에 46%가 코미를, 26%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꼽았다. 실제로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50%가 그럴 것이라고, 15%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수사 중단 요구도 42%가 실제로 했다고 여기고 있었고, ‘아니다’라는 응답은 28%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인사들과 부적절한 접촉을 한 것으로 지목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13일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증언을 공개적으로 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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