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백악관의 스테이트 다이닝룸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8일 의회 청문회 증언은 철저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및 분위기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코미가 이날 증언을 거부한 ‘러시아 게이트’ 관련 핵심 내용들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의회 조사 등을 거쳐 공개되면 정국에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코미가 증언하지 않은 대표적인 것으로 전직 영국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파일’을 꼽았다. 지난 1월 인터넷 매체인 <버즈 피드>가 보도한 이 문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모스크바의 한 호텔방에서 ‘매춘부’와 있었고, 이 사실을 러시아 정보기관이 확보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약점이 잡혀 언제든 활용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코미는 청문회에서 ‘연방수사국을 떠나기 전 스틸이 작성한 문서 안에 (트럼프의) 범죄 혐의가 있었는지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수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답변할 수 없다”고 비켜갔다. 다만, 코미는 지난 1월6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관련 보고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30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러시아 매춘부들과 관련돼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고 소개했다.
둘째,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 밑바닥에는 대선 기간 중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캠프의 전자우편에 대한 러시아의 해킹에 트럼프 쪽이 관여하거나 인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자리잡고 있다. 코미는 이날 청문회에서 톰 코튼 상원의원의 이런 질문에 “내가 연방수사국을 떠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수사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수사를 통해 답변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클린턴 캠프의 전자우편 해킹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연관성이 밝혀지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세째, 코미는 ‘러시아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이 법적으로 유죄가 될 위험이 있었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마이클 플린에 대한 수사 결과는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을 겨눌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을 필사적으로 옹호하고, 플린은 의회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서 두사람의 관계는 더욱 의심을 사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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