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발표한 뒤 연단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선언은 다분히 철강·석탄 등 제조업 분야 백인 노동자들과 관련 기업, 공화당원 등 핵심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되레 줄이는 등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유세 과정에서 “기후변화는 날조된 것”이라거나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파리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당선 뒤에는 파리협정 탈퇴를 놓고 잠시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으나 이번 결정으로 ‘공화당 후보 트럼프’로 되돌아간 꼴이 됐다.
파리협정 탈퇴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깊이 뿌리박힌 ‘반 오바마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녹색 성장’을 내세우며 파리협정 체결을 사실상 주도해왔다. 쿠바, 북한, 유럽, 세금, 복지 등 거의 모든 대내외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게이트’로 정치적 궁지에 몰려 핵심 지지층을 끌어안아야 할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의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한 중동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자동차·철강·석탄 산업에 종사하는 백인 노동자층에게 약속한 ‘굴뚝산업 부흥’을 이루려면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석유·석탄 소비량을 줄여서는 안된다.
공화당도 전반적으로 파리협정에 비판적이다. 공화당의 돈줄도 석유 재벌 코흐 가문을 비롯해 에너지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파리협정 탈퇴=일자리 증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선 비판적인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 태양광발전산업과 풍력발전산업 종사자가 각각 37만4천명과 10만2천명으로 모두 47만6천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석탄산업 종사자 16만명의 3배에 이르는 것이다. 또 에너지부는 지난해 미국 태양광산업의 일자리가 25%, 풍력발전은 32%가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건스탠리의 자산전략가인 에바 즈로트니카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전력 분야를 분석해 보면, 장기적으로 석탄은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와 경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기업들과 온실가스 감축 관련 사업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 미국의 장기적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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