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구 희박 지역에 있는 핵무기 시설 5곳을 저출력 핵폭탄으로 정밀타격하면 방사능 낙진의 확산에 따른 인명 피해를 수백만명에서 100명 미만으로 극소화하면서 95% 이상의 확률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다고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보복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어서, 가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키어 리버 조지타운대 교수 등은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발행하는 학술지 <국제안보> 봄호에서 폭발력 0.3kt의 핵폭탄 B61과 폭발력 455kt의 핵폭탄 W88을 각각 사용했을 때 북한 핵무기 시설을 무력화하는 파괴력과 인명 피해를 모의실험으로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리버 교수 등은 북한 내 핵폭탄 저장고나 핵미사일 격납고, 이동식 차량발사대(TEL) 방호시설 등 목표물 5곳에 대해 W88 두 발씩 모두 10발을 지상폭발 방식으로 타격하면 한반도에서만 200만~3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B61을 목표물마다 네 발씩 모두 20발 사용하면 낙진 피해는 거의 없어 사망자 수를 100명 안쪽으로 줄일 수 있고 W88과 똑같이 95% 이상의 확률로 모두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B61은 F-35 등 전투기로도 투하할 수 있으며, 유도장치를 통해 목표물을 정밀 조준할 수 있다. 리버 교수 등은 “핵폭탄 투발 체계의 정확도가 혁명적으로 향상돼 인명 피해가 적게 됐다”고 말했다.
숨겨둔 핵 무력을 통한 보복 핵 공격이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 이들은 각종 전자 탐지 능력의 혁명적 발전 때문에 은닉도 소용없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대북 핵 선제타격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지의 하나로 등장하는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 타격을 검토할 때, 보복을 피하기 위해선 최소한 목표물 100개 이상을 동시에 타격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지금은 23년 전보다 북한의 핵물질이나 핵시설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 따라서 타격 대상을 5곳으로 한정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또 북한이 핵 무력뿐 아니라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 등 다양한 재래식무기를 통해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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