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미국 미사일방위청 제공.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에 대한 첫 요격 시험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미 미사일방위청(MDA)이 30일(현지시각)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사일방위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태평양 마셜군도의 콰절런환초에 있는 레이건 실험장에서 (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이를 격추하기 위한)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외기권에서 목표물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짐 시링 미사일방위청장(해군 중장)은 “복잡하면서도 대표적 위협인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은 지상 기반 요격 미사일 시스템의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다.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 시험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험까지 합치면 1999년 이후 모두 18차례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해 10차례 성공했다. 미 당국은 이번 시험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언론들은 북한을 겨냥한 것라고 풀이했다.
미사일방위청은 구체적 시험 조건이나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시험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통제된 조건에서 이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전 환경에선 요격이 더욱 힘들고 성공 확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요격 시험은 밤에 이뤄진 적도 없다.
이번 시험이 과연 ‘미래의’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 능력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가 나온다.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 소속 물리학자인 로라 그레고는 29일 블로그 글에서 선박항해주의보를 근거로, 사거리 5800㎞의 미사일에 대한 요격 시험이라고 밝혔다. 사거리 5500㎞ 이상을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분류하는 것에 비추면, 이는 가장 짧은 사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시험인 셈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본토 서부 쪽을 향해 발사한다면 사거리가 1만㎞가량 된다. 이럴 경우 낙하 속도가 훨씬 빨라지기 때문에 이번 요격 시험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방어책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외기권에서 많은 가짜탄(디코이)을 만들어내 요격 미사일을 혼란시킨다. 요격 미사일이 진짜와 가짜 탄두를 구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미사일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도 “북한은 지난 3월6일 (평안북도 동창리 인근에서) 4기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그러나 이번 요격 시험은 한 기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체계 능력만 측정했다”고 짖거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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