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해군 구축함 듀이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 안에 있는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 12해리(약 22.2㎞) 안쪽 해역을 항해했다고 보도했다.
미스치프 암초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을 만들어 군사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구축함이 12해리 안쪽으로 항해했다는 것은 미스치프 암초를 중국의 영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마지막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것은 지난해 10월이며,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엔 처음이다. 그동안 일선 지휘관들의 건의에도 미 국방부나 백악관은 항행의 자유 작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간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이러한 경향은 도드라졌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빅딜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남중국해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매일 작전을 벌인다”며 “우리는 국제법에 따라 작전을 한다. 특정 국가나 수역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변인의 발언에 견줘볼 때,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26일 하원에서 미국이 이 작전을 “조만간 할 것 같다”고 이미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듀이함이 무해통항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해통항권은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신속한 방식으로 영해를 통과할 수 있는 권리로, 전함을 포함해 모든 국가의 선박에 인정되는 통항권이다. 다만, 전함은 방공망이나 사격 장치 등을 꺼야 한다.
무해통항이냐 아니냐에 따라 미 해군의 ‘항행의 자유’ 작전 의도는 크게 달라진다. 그럼에도 중국에 ‘낮은 수위’라도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군 지휘관들과 대중 강경파 전문가들 통해 꾸준히 제기돼온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을 빠르게 군사기지화하고 있어, 이를 저지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제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미 공군 대기관측기 한 대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해 동중국해 상공에서 정찰활동을 하다, 중국의 수호이 전투기가 근접비행을 하면서 양쪽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중국의 대북 제재 강화를 끌어내기 위해 중국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은 대북 제재 강도를 높인 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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