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대미 대통령 특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17일(현지시각) 오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우리 쪽 입장을 전달했다.
특사단 관계자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홍 특사가 먼저 사드 문제를 미국 쪽에 꺼냈다며 “국내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있다. 국회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맥매스터 보좌관은 “(그런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국 입장과 상황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특사단 관계자는 전했다.
홍 특사가 미국 쪽에 전달한 ‘사드 국회 논의 불가피’ 방침은 훈령에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문재인 정부의 사드 관련 기본 전략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박근혜 정부에서 졸속 추진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홍 특사와 15분간 면담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뒤 “문 대통령과 함께 북핵 문제를 푸는 데 긴밀한 협조를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대북) 압박과 제재 단계지만, 어떠한 조건이 된다면 관여(협상)를 통해 평화를 만들어나갈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 쪽 특사단에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좀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고 홍 특사는 전했다. 역대 한국 정부 특사단이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서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사드 배치 비용 10억달러(1조1259천만원) 한국 청구’와 관련해선, 양쪽 모두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특사단 관계자는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련 논의도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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