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맨 왼쪽), 마이크 펜스 부통령(왼쪽 둘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맨 오른쪽)이 16일 백악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바람 잘 날 없는 미국 백악관이 자중지란에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포함한 보좌진들에게 “무능하다”며 등을 돌리는 반면, 대통령의 방패로 나선 보좌진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발언과는 전혀 다른 발언을 트위터에 계속 올리는 데 뒤통수를 맞으며 동요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사태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려는 백악관 보좌진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 등에게 기밀 정보를 유출한 사건은 또 하나의 타격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코미 메모’ 내용이 폭로되면서 백악관은 혼돈 상태에 빠졌다. 신문은 트럼프가 대통령직 수행의 관례들을 무시하고 혼돈을 자초하면서 보좌진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루 만에 발언을 뒤집고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아야 했다. 그는 지난 15일 검은 테 안경에 민간인 복장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정보 유출은 하지 않았다며 “오늘 밤 보도된 것은 오보”라고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나선 것은 ‘믿을 수 있는 목격자’가 대통령에게 잘못이 없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백악관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매스터 보좌관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적으로 적절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말을 바꾼 것은 이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대통령으로서 (공개된 백악관 회의에서) 러시아와 테러 및 항공기 비행 안전 등과 관련한 ‘팩트’를 공유하길 원했다. 나는 그런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썼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기밀 유출을 인정한 꼴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맥매스터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보좌진의 발언을 ‘디스’한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런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뒤 보좌진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해임 조처가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해임을 건의한 메모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서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연방수사국의 수사에 대한 불만에서 자신이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보좌진들은 새빨간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많은 일을 하는 매우 활동적인 대통령이어서, 내 대리인들이 완벽한 정확성을 가지고 단상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보좌진은 대통령한테 뒤통수를 맞아 신뢰성을 잃고 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보좌진을 탓한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의 마음이 더 뒤틀리고 어두워져 쿠슈너 선임고문을 포함한 보좌진에게 “무능하다”고 화를 내면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관리들을 만날 때 논점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하면 부드럽게 교정하는 구실을 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회의에서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한다고 불평해왔다고 한다. 플린 전 보좌관의 중도하차를 한탄하면서 맥매스터 보좌관을 “골칫거리”로 여긴다는 것이다.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 등을 교체할 것이라는 등 물갈이설이 퍼지면서 더 동요하고 있다. 한 보좌관은 “모두 어쩔 줄 몰라하며 지내고 있다”며 “모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밀 유출 의혹이 폭로된 뒤 열린 보좌진 회의에서는 고성이 터져나왔고, 밖에서 누가 들을까봐 일부러 텔레비전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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