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방송 인터뷰서 “문, 대화에 더 열려 있다” 밝혀
압박 국면서 ‘한국정부 앞서나가지 말라’ 요구 분석
최선희 북 미주국장 “여건 되면 트럼프 정부와 대화”
압박 국면서 ‘한국정부 앞서나가지 말라’ 요구 분석
최선희 북 미주국장 “여건 되면 트럼프 정부와 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기조와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적절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좀 더 열려 있다”며 “나는 대화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대화는 특정한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특정한 상황’이란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를 위한 최대의 압박’을 가하는 현재의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대화를 향해 너무 앞서나가지 말라는 우회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가 미국의 대북 압박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 같냐는 질문에는 “한 달이나 두 달 뒤에 훨씬 더 좋은 답변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대북 정책을 조율하고 대북 정책 시행 결과 등을 평가한 뒤 언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상황은 한국이나 일본, 솔직히 말하면 중국과 나머지 국가에도 매우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북한 문제를) 단호하게 잘 다뤄왔다”고 자평했다.
한편 노르웨이에서 열린 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마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은 13일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국장은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하기 직전에 기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 준비를 하고 있냐’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여건이 되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긴 했지만 북한 당국자가 트럼프 행정부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대화 의사를 밝힌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북-미가 생각하는 여건의 간격은 아직은 상당히 넓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체제 보장과 흡수통일 반대, 불가침’ 약속 등을 하면서도, 협상 목적이 비핵화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비핵화를 논의하는 협상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최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들어섰는데 대화 준비를 하느냐’와 ‘새 정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켜보겠다”고 답변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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