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외교 제언] 오공단 미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인터뷰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동아시아 책임연구원
한-미 동맹 강조하되
‘분단 한국’ 딜레마 설파 중요
불리한 의제 먼저 꺼낼 필요 없어
미, 한국과 동맹없인‘ 세력국가’ 불과
정상회담서 할말은 분명히 해야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면 만남에서 조언할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새 대통령이 된 뒤 첫 행보다. 정확하게 자기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방을 쳐다보면서 악수도 힘차게 해야 한다. 대통령 본인이 갖고 있는 자세나 눈빛 등 이런 것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사람들이 농담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을 만나면 손을 꽉 쥐었다 폈다 하면서 악력을 검사한다고 말이다. 인간관계에서 미국 사람들이 제일 먼저 추천하는 것이 악수의 기술이다. 서로를 재보는 경우에는 상대 쪽에서 손을 꽉 쥐는 느낌이 있으면 이쪽에서도 꽉 쥐어야 한다. 그것도 일종의 정치기술이다.” -첫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메시지는 뭐라고 보는가? “한국이 갖고 있는 역사적이고 지정학적인 딜레마를 정확하게 알고 가는 것이다. ‘동맹을 중요시하고 미국과 좋은 관계로 지내기를 원하지만 역시 북한을 맞대고 있는 당면한 과제가 힘들다는 것을 당신이 알아주면 참 기쁘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같이 가자, 그리고 이제까지보다 더 깊은 협의를 통해 늘 대화를 하고 둘이 서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얘기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북한과 1층과 2층에 사는 이웃처럼 지리적으로 가깝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적대적인 환경에서 반감을 가지고 닭싸움하듯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젠가는 껴안기를 해야 한다, 당신이 그런 것을 알고 서로 협력하자’고 얘기하면 좋겠다. 그러니까 미국을 존중하는 듯하면서도 한국의 딜레마를 설파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이제까지 만들어놓은 경제기적과 민생들을 위해 우리는 절대로 제2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당신과 내가 직접적 채널을 열고 끊임없이 소통하자. 그런 소통이 없으면 지금 대하는 위기도 큰데, 당신의 잘못된 계산이나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가 발생하면 만회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이 작다는 이유로, 중국하고만 대화한다거나 일본하고만 대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굉장히 강조해야 할 것 같다.”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해 ‘조기 추진론’과 ‘준비 뒤 추진론’이 있었다. “양쪽 입장이 맞으면 중요한 정상회담은 아무 때나 해도 되지만. 준비없이 가는 것보다는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가려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전하는 정도가 좋겠다. 사실 시기의 문제라기보다는 태도와 자세, 정확한 얘기가 더 중요하다.” -트럼프 정상회담 전이나 후에 돌발 트윗이나 인터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건 한국 언론이 해줘야할 몫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벌써 그런 말은 언론에서 깎아서 본다. 그런데 한국에선 시시콜콜 매달려서 분석을 한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4년 동안 한국은 힘들어서 못산다. 자신의 입장이 확고하면 된다.” -사드와 자유무역협정(FTA) 의제들을 첫 정상회담에서 올리는 게 나을까? “불리한 의제는 먼저 내놓을 필요가 없다. 다급한 쪽이 내놓게 돼 있다. 대응방안만 생각하고 있으면 된다. 작은 나라니까 위축되는 느낌은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가는 장기판의 졸밖에 안된다. 첫 정상회담에선 원칙들만 얘기하면 된다. 우리는 작은 국가이지만, 한국과의 동맹없이는 미국은 태평양 파워(세력국가)밖에 안된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반도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대륙으로 가는 연결고리다. 이런 원칙만 얘기하면 된다.” -사드는 한국 내에서 철회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사드 배치는 지금 거의 완료된 상태인데, 사드가 가진 이점도 있지만 나라가 정신없는 와중에 빠져 있을 때 배치된 것이다. 일단 배치가 된 것을 가져가라고 할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 그러면 모든 것을 다 철수할께’ 이렇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 정도의 감각은 있을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번째 넘어야 할 관문은 ‘사드가 우리가 좋아서 데리고 있는 강아지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갖고 있는 입지가 작기 때문에 일단 배치된 것을 철회한다면 동맹관계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라고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한다.” -중국이 여전히 경제적 보복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약자한테는 강하고, 강자한테는 약하다. 한국이 중국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을 보이지 않으면 영원히 정치적 심리적 속국이 될 수도 있다. 반 중국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중국을 정확하게 알고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바른 말을 하면 앞에선 공식적으로 비하하고 욕하는데, 뒤돌아서면 존경하는 사람 목록에 올린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미국의 보수적인 언론 등이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의도적인 흔들리기를 하고, 그것이 한국의 여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 “어느 나라나 극우, 극보수, 극단적 민족주의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다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소수의 목소리에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없다. 동맹국으로 피해받는 것도 많은데, 왜 우리를 그렇게 괴롭히냐고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자기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국가는 절대로 존경받지 못한다.” -한국에선 무조건 미국에 맞춰주는 게 국가이익이라는 생각이 많다. “그건 정말로 잘못된 것이다. 국가가 갖고 있는 힘에선 차이가 있지만, 국가로서의 존엄성과 입지에 대한 전략은 작은 국가라도 있어야 한다. 협상할 때는 겁이 나더라도 할말은 딱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다만, 협상이 끝나면 뒷말이 없어야 한다. 협상할 때 자기 의사를 잘 개진하지 않고 있다가, 협상이 끝난 뒤에 강대국한테 치여 손해를 많이 봤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다니면 곤란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중이 한국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것도 일종의 열등감이다. 자기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한테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고한 자신과 존엄성이 있으면 뭔가 기품이 있어 보이지 않느냐. 전략과 실용적인 생각은 머리 좋은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건 국가경험, 민족경험, 세계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자 책을 많이 읽고 문화적으로 깊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한테 생기는 경험이다. 한국은 지금 은근히 깊은 장독대처럼 돼야 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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