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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러 내통’ 역린 건드린 코미…TV뉴스로 해임 통보받아

등록 2017-05-10 16:12수정 2017-05-11 10:33

[FBI 국장, 트럼프 공신에서 눈엣가시로]
‘트럼프도 수사대상?’ 청문회 질문에
대답 꺼리자 ’괘씸죄’ 걸린듯
직원대상 강의하다 해고뉴스
처음에는 “재밌는 장난” 언급

전례없는 해임에 FBI직원 분노
트럼프정부 기밀 더 새나올 수도
민주당은 “특별검사 임명” 촉구
1월22일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1월22일 워싱턴 백악관 블루룸에서 열린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9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 전격 경질은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충격적이다. 그만큼 미국 정치에 미칠 파장도 크고 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해임은 마치 군사작전처럼 이뤄졌다. 코미 국장은 로스앤젤레스 연방수사국 지부에서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던 중 텔레비전에 나온 긴급뉴스를 보고 자신의 해임 사실을 알았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코미 국장은 뉴스를 보면서 ‘재밌는 장난’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잠시 뒤 해임을 통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가 워싱턴 연방수사국 본부에 전달되면서, 그의 해임은 장난이 아닌 현실이 됐다.

해임 사유도 상당히 아귀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코미 국장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잘못 다뤘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미 국장이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10월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방침을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강단 있다”고 칭찬했다. 당시 코미 국장의 발표는 트럼프의 당선에 큰 힘이 됐다. 트럼프는 취임 전후 코미 국장에 대해 유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갑작스런 해임은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엄호해주지 않은 탓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부적절한 러시아 내통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덮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코미 국장은 지난 3월 청문회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혀 논란을 키웠다. 4월초에는 연방수사국의 러시아 의혹 수사가 방대해지면서 내부에 특별수사팀까지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스캔들은 러시아가 지난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해커들을 동원해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민주당 선거캠프 인사들의 이메일 등을 해킹하고 이 자료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캠프 인사가 이 해킹 자료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고, 캠프 주요 인사들이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주재 러시아 대사를 접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키슬랴크 대사를 만난 사실을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얘기하지 않아 위증 논란이 일자, 스스로 러시아 스캔들 사건 수사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가 사전에 러시아 쪽을 만나 해킹 등을 공모했는지 여부가 핵심이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코미 국장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 유착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도 수사 대상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아니요’(no)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시엔엔>(CNN)은 보도했다. 이런 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연방수사국장을 해임할 권한은 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사실상 정치적 중립을 보장받은 연방수사국장이 러시아 의혹을 수사하는 와중에 해임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사법기관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화당 성향의 코미 국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탕평 인사’ 차원에서 2013년 연방수사국장으로 발탁한 인물로, 원래 임기가 2023년까지였다. 이전까지 연방수사국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사례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3년 연방수사국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해 해임된 윌리엄 세션스가 유일하다.

이번 사안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제2의 워터게이트’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만큼 강한 휘발성을 안고 있다.

우선 전례 없는 국장 해임에 연방수사국 직원들의 분노가 격화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된 기밀들이 더 새어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가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정보 유출 가능성도 더 커진 셈이다. 당장 플린 전 보좌관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의 러시아 접촉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많다.

둘째로, 러시아 스캔들 조사를 더 철저하게 진행하라는 민주당과 여론의 압박이 높아질 수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독립적인 특별검사 지명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합세하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수세로 몰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내 정치적 혼란이 격해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국민들의 관심을 외교문제로 돌리려고 하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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