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해리스버그/AP 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취임 이후 명시적 회동 시사는 처음
백악관 “북한, 신뢰 보여줘야 할 조건들 있어…지금은 아니다”
백악관 “북한, 신뢰 보여줘야 할 조건들 있어…지금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절한 상황이 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 의사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김정은)와 함께 만나는것이 적절하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를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할 것(만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정치적인 인간들은 결코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나는 적절한 상황이 되면 그를 만날 것이라고 당신들에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뉴스 속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김 위원장과 ‘햄버거 대화’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취임 이후엔 명시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발사한 직후인 지난 2월2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노’라고 결코 말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보면) 너무 늦었다”고 말한 바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와 배치되지는 않으면서도 톤은 가라앉히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위협을 제기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는 게 어떻게 영광이냐’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것은) 김정은이 여전히 국가 원수이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이에 대한 외교적인 (방식의) 언급이다”라고 해명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가운데 “‘적절한 상황’이란 표현이 핵심”이라며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조성돼야 할, 신뢰를 보여줘야 할 많은 조건들이 있다. 분명히, 지금은 그런 그런 조건들이 조성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일정 정도의 도발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그런 상황들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질 것을 의식한 듯 “렉스 틸러슨 국무 장관이 몇일 전에 애기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명료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조건이나 상황을 보여준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북한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틸러슨 발언이 일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기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절한 상황 속에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꽤 영리하다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서도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가 작고하자 어린 나이에 권력을 잡았다. 그에게 들이닥칠 수 있었던 많은 잠재적 위협이 있었지만 북한을 나름대로 이끌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우려에도 그는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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