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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동맹 무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사드는 서막일뿐

등록 2017-05-01 16:59수정 2017-05-01 22:05

사드비용 논란 재점화
“기존 합의 재확인” 하루만에
미, 사드비용 재협상 시사

‘트럼프의 입’ 참모들도 깜깜이
측근들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들
외교관계 뒤집고 상대국 무시해도
실무진이 뒤집기 어려워 더 심각

차기 한국정부 최대 난제로
돌출발언 계속 터질 수 있는데다
미국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해리스버그/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29일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해리스버그/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달러(1조1405억원) 청구서를 내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또는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한국 안보 및 경제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차기 한국 정부에 만만찮은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인터뷰로 시작된 사드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폭탄 발언’은 다음날 <워싱턴 타임스> 인터뷰에서도 반복됐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0일 오전(한국시각) 전화 협의를 통해 “기존 합의 재확인”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맥매스터 보좌관이 다음날 ‘사드 비용 재협상 가능성’ 발언을 내놓아 하루 만에 다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번 사태의 출발은 참모들과 조율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 국무부나 국방부, 심지어 백악관 관계자들조차 한국 정부의 확인 요청을 받을 때까지 ‘사드 비용’ 등이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참모들이 준비한 <로이터> 인터뷰 대비 자료에도 사드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 이번 논란은 예고된 사태이고, 한국이 목표물이 되면서 그 본질이 한국인들에게 절실하게 부각됐을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당선된 인물이다. 백인 노동자층 등을 중심으로 한 그의 지지 기반 세력이 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대선 기간 중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비판하고, 자유무역협정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해온 그에게 사드 비용 청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흔들기는 지지 기반을 달래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폭탄성 의제들을 던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100일(4월29일)을 앞두고 내세울 업적이 마땅찮은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계를 즉흥적으로 뒤집거나 상대국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선자 신분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했는데, 이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쳐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예고 없는 공격을 단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뒤에는 시리아 공습으로 당황한 시 주석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언론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동맹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의 벤 카딘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동맹을 분열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미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대통령은 한국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 대신, 이 주요한 파트너와 우리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뱉은 말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부적절하더라도 참모들이 공개적으로 반박하거나 뒤집기가 어렵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이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부담감을 드러낸 것이다. 조율되거나 성숙되지 않은 트럼프의 돌출 발언들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데다 정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트럼프 리스크’의 진정한 본질인 셈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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