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 완성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대북 제재 강화국면 속에서도 ‘제제 넘어 협상’으로 시야를 넓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대행은 17일(현지시각) 전화 간담회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줄이기 위해 미국이 북한과 혹은 다자 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북한이 현재의 현상유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일종의 신호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한이 보여줘야 할 ‘신호’는 “불법적인 프로그램을 제거한다는 근본적인 결정을 하고, 국제사회와 좀 더 정상적으로 교류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손턴 차관보 대행은 ‘미국이 북한과 관여(대화)하기 전에 (핵) 프로그램 동결처럼 북한이 충족시켜야 할 전제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구체적인 전제 조건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북한이 그들의 프로그램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어떤 가시적인 것도 아직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손턴 차관보 대행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의 대응에 대한 질문에 “그런 커다란 도발은 국제사회의 상당히 중대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암시했듯이 그것이 무엇인지는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미국은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필요하다면 동맹과 미국인을 방어하겠지만, 우리가 (무력) 충돌이나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예외적으로’ 신중한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부활절 행사 도중 이뤄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과 관련한 물음에 “내가 뭘 할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달하길 원치 않는다”며 질문을 피해갔다. 그는 지난해 선거운동 때와 달리 대통령 취임 이후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도 “미쳤다”는 등의 ‘금지선’을 넘는 표현은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현재의 긴장 국면이 해소되고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기까지 앞으로도 일정기간 북-미 간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이 시사하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때까지는 오바마 행정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압박을 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여전히 미국의 군사 공격이나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방식에 견줘볼 때 협상이 시작되면 북한에 제공할 상응하는 대가도 더 커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더 큰 당근과 더 큰 채찍’(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또는 ‘해머와 스테이크’(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라고 표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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