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미국 인사들(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인사들이 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뒤 처음으로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미국 쪽에선 손에 잡히는 실리를, 중국 쪽에선 명분과 장기적 협력틀을 취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회담 전부터 공세적 입장을 취한 미국이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회담 결과도 중국의 애초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향후 미-중 관계를 규정할 기조와 관련해 중국 쪽은 미국과의 ‘파트너 관계’라는 표현을 성명에 명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뜻을 이루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2년 이래 시진핑 주석이 줄곧 강조해온, 미-중 양국이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하자는 ‘신형 대국관계’를 미국이 인정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미국 성명을 보면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차이를 관리하면서 협력 영역을 확대하도록 노력한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인 안보 쟁점과 관련해서도 중국 쪽은 핵심이익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했다. 중국의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로 논란이 돼온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에서 국제규범 준수의 중요성과 비군사화에 대한 중국의 이전 약속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쪽 발표 자료엔 남중국해 관련 언급이 전혀 없다. 이 쟁점과 관련해 회담 분위기가 중국에 불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역·통상 분야와 관련해선, 이른바 ‘100일 계획’이 회담 성과물로 부각됐지만, 이 역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방미 선물’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100일 계획’”이라며 “이 계획의 목표는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무역적자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스 장관은 내용이나 향후 일정은 소개하지 않았다.
‘100일 계획’이 중국의 일방적 선물이라기보다는 중국이 원하는 협력도 추진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 희망하는 것은 중국 내 서비스 시장 확대와 미국 투자 촉진을 위한 환경 개선이고 중국은 미국의 고급 기술력 접근력 강화 등에 관심이 많다”며 “상호 교환을 위한 고도의 대안”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쪽은 협상의 최저 목표치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개인적인 친분 형성, 이를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 해소라는 소기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 주석과 내가 구축한 관계가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시 주석과 중국의 모든 회담 대표단과 함께하게 돼 정말 즐거웠다”고 밝혔다. 미-중 간에 외교안보 대화, 포괄적 경제 대화, 법 집행 및 사이버안보 대화, 사회문화 대화 등 대화 채널의 수와 분야를 확대해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점도 중국 쪽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미-중 두 정상의 이번 첫 만남으로 양국의 근본적 전략적 불신과 두 ‘스트롱맨’의 개인적 신뢰관계가 확고하게 형성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날인 8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엄청난 친선과 우정은 형성됐지만, 무역 문제는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전반적인 미-중 관계의 방향성은 올해 가을께로 추정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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