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그의 부인 펑리위안이 6일(현지시각) 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왼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보인다. 웨스트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6일(현지시각) 오후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처음으로 ‘티타임’을 가지며 상견례를 한 뒤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만찬이 끝나자마자 벌어진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미-중 정상회담이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이날 공식 일정은 ‘티타임’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는 오후 5시10분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검정 리무진을 타고 도착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을 직접 맞이했다. 첫 악수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티타임’은 예정시간을 40분가량 넘기며 2시간 정도 이어졌다. 양쪽이 밀도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함께, 중국과 북한의 은행간 거래와 관련해 추가적인 자체 제재를 하는 양보를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티타임’ 뒤 만찬장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여유있고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미 긴 대화를 나눴다. 지금까지는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민가수’ 출신인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에 대해 “놀라울 만큼 재능있는 부인이자 중국에서 대단한 유명인이고, 위대한 가수를 미국에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식사 시작 전에 짧은 연설을 한 뒤 몇초 동안 시 주석의 팔목까지 감싸안는 큰 악수를 하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날 트럼프의 외손주이자 이방카의 아들·딸이 시 주석 부부 앞에서 중국 민요 ‘모리화’를 불러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시 주석은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초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초청에 응하겠다고 답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만찬 메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공언했던 ‘햄버거’가 아닌 스테이크, 생선, 와인 등 최상의 음식들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기간 중 시 주석에 대해 “그를 만찬에 초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맥도널드 햄버거 집으로 데려가서 환율 문제와 관련해 협상하자고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찬은 저녁 7시10분부터 8시30분까지 1시간20여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 때문에 서둘러 끝난 것으로 짐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군은 만찬이 끝난 지 10분 뒤인 8시40분 첫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며 ‘작전’을 시작했다.
이어 잠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성명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시리아 응징’ 사실을 발표했다. 그가 성명을 발표할 때,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 맏딸 이방카 트럼프 등 최소 12명 이상의 참모들이 둘러쌌다. 만찬 자리가 ‘전시내각’으로 바뀐 셈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추가로 합동기자회견을 했다. <시엔엔>(CNN) 등 미국 방송들은 미-중 정상회담보다는 시리아 문제에 더 비중을 두고 긴급뉴스를 계속 전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을 태운 전용기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부부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의 환영을 받으며 오후 1시40분께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장소인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오 팜비치 리조트 앤 스파’를 숙소로 전했다. 정상회담이 열린 마라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회원 전용 호화 리조트로, 시 주석은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이어 마라라고에 초대받은 두번째 외국 정상이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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