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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북핵 동결 협상만이 최적 해법…참수작전 신중해야”

등록 2017-03-29 15:04수정 2017-03-29 22:22

미 우드로윌슨센터 로버트 리트웍 국제안보연구 부문장 인터뷰

“‘전략적 인내’ 끝났다는 합의 존재…진지한 외교 시작할 때”
“북 핵시설들 위치 확실히 알지못해…군사행동 어려워”
“북 오판 못하게 안심시켜야…한미연합 참수작전은 신중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17일 한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군사행동 등 극단적 정책을 거론하면서 더 혼란스러워졌다. 미국 워싱턴의 4대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우드로윌슨센터의 로버트 리트웍(사진) 국제안보연구 부문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연구실에서 <한겨레>와의 인터뷰 및 25일 추가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북핵 동결 협상만이 최적의 해법”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의 참수작전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국 방문 중에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정확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계속해 핵무력을 증강하고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도록 사실상 방조하는 것을 의미했다. 더 이상 ‘인내’해서는 안 되며, 제재만으로도 안 된다는 것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이유들 때문에 진지한 외교를 향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데 틸러슨 장관 발언엔 구체적 내용이 없다. 말치장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는 큰 기업을 운영했고 사업에선 특출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그에게 새로운 일이다. 또한 국무장관으로서도 한·중·일 순방은 처음이다. 그는 공개적인 발언뿐 아니라, 비공개적으로도 지역 지도자들과 논의했을 것이다.”

-당신은 북핵 해법으로 폭격, 협상, 방조 세 가지를 얘기하고 있다.

“한국말로 정확하게 전달되려나 모르겠다. 방조는 “기본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빌 클린턴 1기 행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다. 그때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서지컬 스타이크’(외과수술식 타격) 검토에 참여했나.

“나는 바로 그 직후인 1995년에 국가안보회의에 들어갔다. 클린턴 행정부가 군사 폭격 옵션을 모색할 때는 영변이라는 한 장소만 있었다. 그들은 영변을 관찰한 뒤에, 기술적으로는 타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은 가동중인 원자로였고, 영변 주변에 방사능을 누출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2차 한국전쟁으로 갈 수 있다는 거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맞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목표물이 더 많아졌다. 게다가 모든 핵시설들이 어디있는지 확실하게 알지도 못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 다른 장소로 이동시켰고, 핵탄두도 만들었다.”

-그때는 이른바 임박한 위협이 없지만 타격하는 ‘예방타격’이었고 지금은 공격징후가 명백할 때 사전에 공격하는 ‘선제타격’ 얘기가 많이 거론된다.

“선제타격은 발사준비 단계에 있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타격이다. 그것은 책임이 따른다. 북한이 발사대에 한개의 마사일만을 세워놓고 있는데 미국이 폭격을 한다면, 몇몇 나라는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것을 ‘도발’이라고 여길 것이다. 즉 선제타격이 아니라 예방타격이라고 말이다. (발사대에 있는 미사일을 타격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생각나는대로 말하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몇년 안에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이 한국이나 일본, 미국을 향해 곧 발사하려고 한다면 폭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확실히 알 수 있겠냐. 매우 위험한 것이다.”

-한반도가 지금 처한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판이다. 북한은 한국이나 미국을 오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미 연합훈련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방어적 훈련이지만, 북한 관점에서 보면 B2폭격기가 오고 그러면 한·미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훈련을 하지말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연합훈련은 중요한 억지 역할을 한다. 또한 미국이 신뢰할만한 동맹이라는 점을 한국에 확신시킬 수 있다. 우리가 신뢰할만한 동맹이 아니라면 한국인들은 ‘왜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하면 안 되지? 왜 우리가 미국을 믿어야하지?’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도 안심시켜야 한다. 한사람의 방어가 다른 사람한테는 공격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어떻게 전쟁이 시작됐는지를 알고 있다. 김정은이 연합훈련을 보고, ‘미국과 한국이 기습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협상의 문을 열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줄이거나 내용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나는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때 참수작전을 수행했다. 그건 북한 체제를 공격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훈련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미가 왜 그런 계획을 했는지 이해는 하지만, 그러면 북한도 자기들 나름의 선제적 군사공격을 (준비)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오판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왜 자꾸 군사적 행동을 거론하는 것일까?

“‘강압적 외교’라는 이론이 있다. 외교는 신뢰할만한 군사력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로 매력적이지 못한 옵션이다. 중요한 문제는 긴장고조이고, 그렇게 되면 전쟁으로 갈 수 있고 결국 재앙이 되는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사드는 일부 효과는 있지만, 완전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뉴욕 타임스>도 지적했듯이 요격 성공율이 50% 정도다. 나도 사드가 모든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기는 할 것이다.”

-북한과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협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되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북한 핵무기가 15개에서 100개로 가는 것은 미국 입장에선 (판을 바꾸게 되는) ‘게임 체인저’다. 중국 입장에서도 그에 따른 대가를 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게임 체인저’다. 그렇다면 한국, 일본,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동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건 단지 출발점이다. 동결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믿는다. 북한 입장에선 체제를 보존하고,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을 완충국가로 유지하면서도 핵무기가 100개가 됐을 때에 따르는 부정적인 전략적 대가들을 막을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동결 협상을 해도) 북한을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같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결 협상은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는 그것을 최상(the best)은 아니지만 최적(optimal)의 해법이라고 부른다. 달성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렇게 하려면,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핵협상을 위해 사용했던과 똑같은 수준의 집중력과 에너지, 창조성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 정권교체을 통한 북핵을 해결하자는 얘기도 있다.

“북한의 전략적 시간표와 사회적 시간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딜레마가 있다. 북한 핵무기가 던지는 도전은 즉각적이고 긴급한데, 정권교체 전망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정권 붕괴 가정에 기반을 둬서는 안된다. 미국 정부는 핵무기 이슈와 정권 교체 이슈를 분리하고, 동결을 목표로 진지한 외교로 돌아서야 한다.”

워싱턴/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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