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21일(현지시각) 대북 정책과 관련해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따뜻한 햄버거 협상”에서 “전투용 망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무력사용 가능성뿐 아니라, 협상 기회도 아직은 완전히 닫지는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토퍼 포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확산금지 담당 수석국장은 이날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가 주최한 미국의 핵정책 관련 토론회에서 “(대북 정책) 검토자들이 모든 스펙트럼에 걸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쪽 끝엔 따뜻한 ‘햄버거 협상’이 있고, 다른 쪽 끝에 ‘전투용 해머’가 있다”고 말했다. ‘햄버거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과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얘기할 수 있다며 언급한 말이고, ‘전투용 해머’는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포드 수석국장은 “북한의 위협을 봉쇄하려던 과거의 접근법은 기대만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분명히 대북 정책 검토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정책 검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직 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조만간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국장의 이런 발언들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기간 “전략적 인내는 실패했다”거나 “모든 대북 옵션들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한 발언과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포드 국장은 이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미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목표는 그런 질문이 제기될 필요가 없게 하고, 그런 검토를 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대하고 고조되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에 대응해 동맹들과 협력해 일련의 새로운 외교·안보·경제적 조처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기업·은행들을 겨냥한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확대와 미사일방어(엠디) 체계 강화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지지자 연설에서 “지금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수치스럽고 전혀 현명하지 못하다.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엉망진창 상황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뚜렷한 북핵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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