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동관에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단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착수했던 제재들을 이어받는 모양새지만,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브이엑스(VX) 피살’ 사태 등이 대북 압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와 재무부, 상무부는 7일(현지시각) 각각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인 중싱통신에 대해 11억9200만달러(약 1조370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제재위반과 관련해 외국기업에 부과한 벌금액 중 최대 규모다.
중싱통신은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년여간 미국의 휴대전화 네트워크 장비 3200만달러(약 367억8000만원)어치를 이란 정부 산하 기업을 포함한 이란 기업에 수출해 관련 통신 네트워크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북한에도 28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수출했다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중싱통신은 이런 혐의로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미 상무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조처는 중싱통신이 제재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민·형사상 벌금액에 합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 ‘게임은 끝났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경제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처는 중싱통신의 ‘불법’ 혐의에 대한 벌금 부과이기 때문에 북한과 정상적 거래를 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액수의 벌금 부과를 통해 앞으로 북한이나 이란 등과 불법거래를 하며 미국의 대이란, 대북한 제재를 어기는 중국 기업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최근 북한의 몇개 은행들에 대해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이날 보도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을 이어받은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9월 북한 핵실험 뒤 스위프트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과 북한의 국제금융망 퇴출을 논의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다만, 2012년 이란을 대상으로 했던 것처럼, 북한의 모든 은행을 퇴출시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재를 넘어선 북핵 해결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사임을 하루 앞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7일 한·중·일 특파원들과의 고별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가이고 문제를 새롭고 다른 렌즈(시각)로 보고 있다”고 밝혀, 모든 접근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도 “북한의 핵과 대량파괴무기 공격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도 협상 타결이 다른 방안보다 바람직하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오는 15∼18일 일본(15일), 한국(17일), 중국(18일)을 공식 방문하는 과정에서 북핵 문제와 사드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략적인 구상을 관련국들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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