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카슨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6일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벤 카슨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 미국에 끌려온 흑인 노예를 “이민자”에 비유해 비판받고 있다.
카슨 장관은 6일 취임식에서 “노예선 밑바닥에 실려온 다른 이민자들이 있었다”며 “이들은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했지만 대가는 더 적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아들, 딸, 손자, 손녀, 증손자, 증손녀는 이 땅에서 번영과 행복을 추구할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나라들 중 오직 미국만이 모든 사람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크고 위대한 나라”라며 “이제 그 꿈을 고양시킬 기회”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에서 유일한 흑인 장관인 그가 미국에 강제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을 자발적으로 이주한 이민자에 비유한 것이다.
이 발언이 알려진 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트위터에 “이민자들?”이라고 올려, 카슨 장관의 발언을 비판했다. <시엔엔>(CNN) 방송의 정치평론가인 케이스 보이킨도 트위터에 “카슨은 오바마케어를 노예제에 비유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노예제'라는 낱말의 의미를 모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카슨 장관은 지난 2013년 오바마케어를 “노예제 이후 최악의 제도”라며 “우리 모두를 정부에 굴종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에는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많은 노예 소유주들은 그들이 원하는 무슨 짓이든 노예들에게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낙태 여성을 노예 소유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설리번 주택도시개발부 대변인은 “직원들 중 누구도 장관이 자발적인 이민과 비자발적 노예상태를 동일시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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