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의 F16 전투기가 줄줄이 이륙하고 있다. 오산/연합뉴스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6일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지난달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 발사 때와 엇비슷한 수위로 북한을 비판했다. ‘김정남 브이엑스(VX) 피살’ 등 최근 일련의 사태가 겹치면서 미국 내에서 부정적 대북 기류가 확산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5일(현지시각) <한겨레>의 논평 요청에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한 뒤,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동맹 보호를 위해 준비태세를 증가시키기 위한 조처들을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시스템 배치 등과 같은 군사적 방어 및 억지 능력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 행정부가 자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 단거리·준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비난 레토릭’을 내는 것에 그쳤던 것과 견줘보면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안에 대북 정책을 완성한다는 목표로 △압박 △억지 및 방어 △협상 △군사적 타격 등 ‘모든 대북 전략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박 외교의 일종인 대북 제재는 ‘기본 선택지’다. 대북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는 계속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과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대 중국 정책과 맞물려 있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억지 및 방어 능력 확대는 ‘압도적 힘의 우위를 통해 평화를 유지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사드 추가 배치, 미사일방어(엠디) 시스템 강화, 전술핵 재배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중국과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이러한 제재와 억지 능력 확대만으로는 북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근본적으로 막기가 힘들다는 점도 워싱턴 대북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다. 선제타격, 정권교체 같은 극단적 아이디어들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쟁을 부를 수 있는 선제타격에 대해선 존 볼턴 전 유엔 대사 같은 워싱턴의 대북 강경파들도 반대하고 있다.
급한 불은 끄자는 취지에서 1차적으로 북핵·미사일 동결을 목표로 한 대북 협상도 선택지에서 배제된 것은 아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최근 이례적으로 북한과 협상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의 야당 대선 후보 진영도 직간접적으로 미 행정부에 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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