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세션스 신임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1월10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하기 앞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해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할 당시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두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션스 장관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 쪽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해 위증 논란까지 일고 있으며, 민주당은 그의 법무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 세션스 장관이 트럼프 캠프에 합류한 뒤인 지난 7월과 9월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인 세르게이 키슬랴크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세션스 장관은 당시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이었으면 트럼프 캠프의 외교정책 자문이었다. 두 사람은 7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주최 행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당시 각국의 대사 약 50명이 이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나고 난 뒤 세션스는 대사 몇명과 따로 대화했는데 그중에 키슬랴크 대사도 있었다. 이어 9월에는 세션스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키슬랴크 대사를 개인적으로 만났다. 당시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을 방해하려고 사이버 캠페인을 벌인다는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그러나 세션스 장관은 지난 1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앨 프랭컨 민주당 의원이 ‘대선 때 트럼프 캠프 관계자가 러시아 정부 쪽과 소통했다는 증거를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그런 어떤 행동도 알지 못한다. 나는 캠프의 대리인으로 한두차례 불린 적이 있는데 러시아 쪽과 소통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세션스 장관은 또 패트릭 레이히 민주당 의원이 ‘대선일 전후로 러시아 정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느냐’고 서면으로 질의하자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세라 이즈거 플로레스 법무부 대변인은 세션스 장관이 당시 키슬랴크 대사와 만난 것은 선거캠프 대리인 자격보다는 상원 군사위윈회 위원으로서의 만남이었으며, 자세한 대화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세션스가 상원의원으로서 영국과 한국, 일본, 폴란드, 인도, 중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독일 대사와도 모두 25차례 이상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 26명 모두에게 키슬랴크 대사를 지난해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은 결과, 존 매케인 군사위원장을 포함해 답변한 20명 전원이 지난해 키슬랴크 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보도 뒤 세션스 장관은 성명을 내 “대선 선거운동 문제를 논의하려고 어떤 러시아 관리도 만난 적이 없다. 이번 주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세션스가 법무장관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 “러시아와의 소통에 대해 의회에 거짓말한 법무장관은 사퇴해야 한다”며 “세션스가 법 집행기관 수장을 맡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프랭컨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 “그가 트럼프-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하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를 감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며 세션스 장관에서 수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키슬랴크 대사와 수차례 접촉해 대러시아 제재 해제 문제 등을 논의하고도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사퇴한 데 세션스 법무장관도 러시아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 게이트’ 파문은 더 커질 조짐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등은 러시아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 등을 해킹하는 등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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