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가정신 정상회의(GES+)에 참석한 창업자들이 행사장인 스탠포드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스탠포드/플리커
진취적 도전, 자유로움, 혁신 등으로 상징되는 미국 실리콘 밸리 기업들에 낯뜨거운 성희롱과 여성 차별 등 남성중심 문화가 만연하다는 증언이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첫 폭로는 차량공유 서비스로 대성공한 우버의 전직 직원인 수잔 파울러에게서 나왔다. 이 회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1년간 일하다 지난해 12월 퇴사한 파울러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에 ‘우버에서 보낸 매우 매우 이상했던 1년을 회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팀 매니저가 자신에게 ‘나는 개방적인 사람이며, 섹스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메시지들을 사내 통신망으로 계속 보냈다는 것이다. 참다 못한 파울러는 인사팀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회사 쪽이 제안한 두 가지 선택지는 더 당혹스러웠다. 팀을 옮기고 다시는 그 매니저와 교류하지 말거나, 원한다면 그 팀에 머물 수 있으나 인사 평점이 형편없더라도 회사는 그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팀을 옮긴 파울러는 동료 여직원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과정에서 더 놀랐다.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여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가디언>이 이런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우버 문제는 공론화됐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는 즉각 성명을 내어 “파울러가 증언한 내용은 혐오스럽고 우버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고 사과했다. 그는 “우버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직장이 되려 하므로 그런(팀 매니저의) 행동은 설 자리가 없다. 누구든 그런 행동을 하면 해고될 것”이라며 개선을 약속했다. 한편 우버의 아미트 싱할 선임부사장도 이전 직장인 구글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내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임했다.
차랑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2월 인도 남부의 경제중심지 히데라바드에서 열S린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 개시 기념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히데라바드/AP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스타트업 회사에 다녔던 한나는 지난 1일 자신의 실명과 회사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가디언>에 충격적 증언을 했다. 남성 임원과 술을 마신 뒤 길을 걷던 중 그가 자신의 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는 것이다. 한나는 “그 일이 있은 뒤 몇달동안 구역질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나는 회사 쪽에 그 임원의 해고를 요구했지만 결국엔 자신이 회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의 여성 엔지니어도 사내에 만연한 성희롱과 남녀간 급여·승진 차별에 항의해 회사를 고소했다. <가디언>은 “남성 주도적인 기술산업계에서 여성들과 비백인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차별, 보복 조처들이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1일 “우버의 사례가 테크놀로지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인권)에 분수령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투자금융업체 카포 클라인의 공동 경영자이자 다양성 컨설턴트인 프리다 카포 클라인은 “이런 일들은 깊게 뿌리박혀 있다”며 “그걸 바로 잡는 것은 단거리 질주가 아니라 마라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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