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대북한 전략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을 약화시키기 위해 군사력 사용이나 정권교체 가능성도 포함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일(현지시각) 대북 전략 검토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캐슬린 맥팔런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2주전께 범정부 안보 담당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으며, ‘주류에서 벗어난’ 아이디어까지 포함해 다양한 대북 전략 관련 제안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맥팔런드 부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안부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하는 방안에 이르기까지 모든 옵션을 내도록 지시했다. 이런 지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뜻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안보 담당 관계자들은 지난달 28일 맥팔런드 부보좌관에게 대북정책 제안과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이들 옵션들은 정리 과정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당시 미국 관리들이 대북 대응에 ‘모든 옵션’이 고려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일본 쪽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태세에 들어간 것처럼 보일 때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것이 군사옵션에 포함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브이엑스(VX) 피살’을 계기로 대북 강경 분위기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행동이나 정권교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북 군사적 행동이 거론되는 이유에 대해 신문은 한반도 불안정을 우려하는 중국을 압박해 북한의 생명줄을 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계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의 이런 의도를 뻔히 꿰뚫고 있어, 오히려 중국의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
또 워싱턴의 대북 강경파들조차도 선제타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1994년 대북 선제타격을 검토할 때는 영변에만 핵시설이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이 최소 20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은닉장소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사용으로 기습성도 높아졌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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