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프루잇 환경보호청장이 25일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잊힌 사람’, 즉 미국 노동자들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보수적 의제들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편이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보수적 시민단체인 ‘시티즌스 유나이티드’ 회장이자 트럼프 선거 캠프 및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데이비드 보시가 “트럼프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화답했다.
25일 미 보수주의 단체들의 연합체인 보수주의연맹이 매년 초 주최하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가 열린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의 ‘게일로드 컨벤션센터’는 보수진영이 민주당으로부터 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기 때문인지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다. 입장료가 1인당 150~300달러로 꽤 비싼 편인데도 회의장은 1천명이 넘는 참석자들로 꽉 찼다. 패널로 참석한 보수주의 이론가와 언론인들, 정치인 등에게 일반 참석자들은 “진보세력이 장악한 대학교에 어떻게 보수주의를 확산시킬 것이냐”, “주류 미디어의 거짓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추궁’하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이 박람회장처럼 부스를 차려놓은 ‘허브’ 행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일등 공신인 단체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요지인 행사장 입구에는 총기소지 옹호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 보수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극우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 등 3곳의 부스가 가장 크고 화려하게 배치돼 있었다. 각각 보수정치의 자금, 이론, 홍보를 담당하는 주역들이다.
25일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입구에 미총기협회(NRA)가 부스를 차려놓고 총기보유 권리 옹호와 총기협회 등을 홍보하고 있다.
보수진영의 대표적 자금줄이기도 한 총기협회는 박람회장 구석에 사격연습을 할 수 있는 ‘레이저 사격 훈련장’까지 설치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다른 보수적 싱크탱크들이 트럼프 지지를 주저할 때부터 일찌감치 트럼프를 지지했다. <브라이트바트 뉴스>는 공동창립자인 스티븐 배넌이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자리잡으면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시팩을 중계하는 회의장 복도에도 <브라이트바트 뉴스>가 첫번째로 자리잡았다. <뉴욕 타임스>, <에이피>(AP) 통신, <시엔엔>(CNN) 등 주류 언론들은 보이지 않았다.
백인 일색의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흑인 여성 키라 이니스(30)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때 흑인들의 실업률이 최고로 높았다”며 “흑인들의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은 트럼프밖에 없다. 트럼프가 일자리를 창출해 소수 인종이 이전보다 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신을 창업자라고 밝힌 마이크 브라운(40)은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러시아에 지나치게 우호적이고, 이민정책도 너무 엄격하다. 세금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것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그는 배넌에 대해 묻자 한숨을 쉰 뒤 “말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전날인 24일 시팩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지구를 대표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국가(미국)를 대표하고 있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천명했다. 그는 이날 불법이민자 제한,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힘을 통한 평화, 오바마케어 폐지 등 선거 때의 공약을 밀어붙이겠다고 다짐했다.
워싱턴/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미국총기협회가 회의장 입구에 ‘레이저 사격훈련장’을 설치해 참가자들이 줄을 서서 모의사격 훈련을 해보고 있다.
미국 보수주의 이념에 대한 이론을 제공하는 헤리티지 재단이 부스를 설치하고 재단의 행사와 사업 등을 알리고 있다.
극우매체인 <브라이트바트 뉴스>가 회의장 입구에서 기념 티셔츠 등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