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부적절한 유착’ 의혹으로 지난주에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에 ‘육군의 전략가’로 꼽히는 허버트 맥마스터(55) 육군 중장을 임명했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모험적 인선을 피하는 대신, 공화당 전통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가깝고 군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맥마스터 중장을 선택한 것으로 미 언론들은 풀이했다. 또 맥마스터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주장하는 인물이어서, 트럼프의 대북한 강경 기조를 읽을 수 있다. 이로써 전임자인 플린이 ‘러시아 내통’ 의혹과 ‘거짓 보고’로 지난 13일 전격 경질된 뒤 1주일 만에 ‘안보사령탑 공백 사태’는 수습 국면을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군복을 입은 맥마스터 신임 보좌관을 옆자리에 앉힌 채 이런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에 이어 신임 보좌관도 현역 군인을 앉혀 군 출신 인사에 대한 선호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이날 “미국인의 이익을 촉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퇴역하지 않고 육군 중장 계급을 유지한채 국가안보 보좌관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맥마스터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보병사병으로 참전했고, 베트남전에도 참전해 대위까지 진급했다. 맥마스터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군인이 되기로 결심해 미 육군사관학교(1984년 졸업)를 거쳐 걸프전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참전했다. 2014년부터 미 육군교육사령부 혁신의 중심인 육군능력통합센터장을 맡고 있다. 그는 육군에서도 손꼽히는 ‘지성’이자 ‘사상가’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그는 미래에도 지상군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미 육군의 현대화와 병력 증강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4월 상원 군사위원회의 육·공군소위원회 국방예산 청문회에서 미 지상군에 대해 “수요가 미 육군의 공급능력을 초과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지상군 증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그는 미 행정부 안에서 주한미군 감축 등의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2015년 4월 같은 청문회에서 “북한 지도부가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압박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거나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며 “상당한 수준의 육·해·공군 전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청문회에서 “우리는 미국민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만큼의 육군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압박 등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맥마스터가 플린 전 보좌관과 달리 러시아와 친밀하지도, 모든 무슬림 세계를 비난하지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짐으로 여기지도 않는다며 “보수적 성향을 지닌 외교정책 집단에선 상당히 존경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가 백악관에서 ‘왕수석’으로 통하는 극우주의적 성향의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높은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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